전 세계 IT(정보기술) 업계를 강타한 AI(인공지능) 바람이 에어컨으로 불어왔다.
LG전자는 16일 "인공지능을 탑재한 '휘센 듀얼 에어컨'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마케팅용으로 세탁기나 에어컨에 인공지능이란 말을 붙인 적은 있지만,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 학습)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을 넣은 에어컨은 세계 최초다. 에어컨이 냉방 공간과 바람 세기, 공기청정기 가동 시점 등을 스스로 결정해 운전하는 방식이다.
이 에어컨은 LG전자 영업통인 송대현 사장이 작년 12월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에 선임된 후 처음 내놓은 인공지능 제품이기도 하다. 송 사장은 "올해를 인공지능 가전(家電)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에어컨을 시작으로 다양한 AI 생활가전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태에 따라 바람 보내는 똑똑한 에어컨
LG전자가 선보인 '휘센 듀얼 에어컨'의 데이터베이스(DB)에는 다양한 실내 모습을 담은 사진 50여만장이 들어 있다. 에어컨은 자체 카메라로 찍은 장면과 DB 사진을 비교·분석해 실내 공간 구조를 익히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을 결정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카메라가 찍은 장면을 DB와 맞춰보며 스스로 사용자의 행동, 집안의 구조 등을 배우는 방식"이라며 "최근 2주간 촬영한 장면을 바탕으로 리모컨을 켰을 때 사람의 위치, 사용자가 오랜 시간 머무르는 장소, 가구가 놓인 자리 등을 정확하게 구분한다"고 말했다.
작년 제품이 인체 감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따라가며 계속 바람을 보냈다면, 올해 신제품은 강한 바람을 원하는 처음엔 집중적으로 바람을 보냈다가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되면 알아서 간접 냉방으로 바뀐다. 더 똑똑해진 것이다. 책장, TV, 창문처럼 사람이 머물지 않는 곳에는 바람을 직접 보내지 않아 전체를 냉방할 때보다 전기 사용량을 최대 20.5%까지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LG전자 측은 "새 장소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나서 일주일만 지나도 AI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기 상태가 나빠지면 청정 기능도 알아서 켠다. 에어컨은 지름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초미세 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감규 부사장은 "에어컨에 공기 청정 기능이 처음 들어갔을 때 에어컨이 15평(약 50㎡)용이면 공기청정기가 작동하는 범위는 2~3평(6.6~9.9㎡)밖에 되지 않았다"며 "꾸준한 기술 혁신으로 이번 제품부터는 에어컨 냉방 면적과 공기 청정 면적이 같아졌다"고 말했다.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융복합 기능도 강화했다. 송대현 사장은 "지금까진 여름 한철 쓰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스탠드형은 해외 공략에 한계가 있었다"며 "제습과 난방, 공기 청정 같은 기능을 확대하면서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음성 인식 제품도 출시
LG전자는 내년부터는 음성 인식 기능을 넣은 에어컨도 출시할 계획이다. 2013년에 나온 것과 같은 단순 명령어 위주가 아닌, 일상에서 쓰는 자연어 처리가 가능한 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송 사장은 "애플의 음성 인식 비서 '시리', 아마존 '알렉사' 등 여러 대안 중에 LG 가전제품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음성 인식 기술을 찾고 있다"며 "AI 분야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외부와의 제휴 협력은 물론, M&A(인수·합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글로벌 경제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올해는 시스템 에어컨 등 빌트인(붙박이) 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빌트인 에어컨 시장은 연 10~15% 성장하는 알짜 시장으로 꼽힌다. 최상규 사장(한국영업본부장)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대를 기록하는 만큼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