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대 재벌에 대한 집중 규제'를 골자로 하는 재벌개혁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규제 대상을 10대 재벌로 집중하고 현재보다 규제 강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실효성보다는 선명성만 부각시킨 ‘구호성 개혁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문 전 대표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포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재벌 지배구조 개혁 방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문 전대표가 발표한 재벌 개혁안은 소유지배구조 규제 대상을 10대 재벌로 집중한 것이 주요 골자다. 문 전 대표는 “우선적으로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대상을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상위 10대 재벌로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 집단'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2016년 현재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한진, 두산이 규제 대상이 된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경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포럼 본행사 발제를 통해 "10대 재벌의 과도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순자산의 30% 내에서만 국내 타 회사에 출자를 할 수 있도록 10대 재벌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고 자회사 지분의 의무소유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최 교수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의무소유비율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상향 조정하고, 증손회사는 금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재벌 소유의 제2금융권을 재벌 지배에서 독립시키고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금융·보험계열사는 회사가 소유한 타 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완전 금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융·보험계열사의 의결권을 발행주식총수의 15%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방안은 당장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포럼 토론자로 참석한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문 전 대표측의 재벌대기업 정책에 대해 선명성 보다 실효성을 중심에 둔 접근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선명성이 경제적 효율성 및 정치적 효과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사전 규제와 사후 감독, 강행 규정과 활성화 규정, 민사적 규율과 행정·형사적 규율 등 다양한 규율 수단의 체계적 합리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10대 재벌을 대상으로 한 출총제 부활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10대 재벌을 대상으로 부활한다고 하지만, 현재 10대 재벌 중 5개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나머지 5개 중 현대중공업과 롯데도 지주회사 전환을 예고한 상태"라며 "10개 중 7개가 적용 대상에서 빠져나간다면 이 제도가 부활하는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주회사 규제의 경우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자회사 주식 의무소유비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인가"라며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의무소유비율은 현행대로 두더라도, 법인세상 연결납세혜택을 받기위한 조건으로 자회사 주식 의무소유비율 기준을 높인다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예산부수법안 지정으로 입법도 쉬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금산분리는 사실상 삼성그룹만의 문제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일하고 중요한 문제"라며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매우 많고 의지와 집행의 문제이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고 평가하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