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6일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갑자기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을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화 스와프란 두 나라가 필요 시 자국 통화(通貨)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할 수 있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위기 시 외화(外貨)를 끌어올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기재부는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통화스와프 논의가 중단된 것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한·일 간 경제·금융 협력은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2001년 20억달러로 처음 체결된 한·일 통화스와프는 점차 규모를 확대해 2011년에는 70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일본 정부가 점차 규모를 줄였고 2015년 2월 첫 체결 이후 14년 만에 완전히 종료됐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일본 정부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랬다가 작년 8월 한·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에게 통화스와프 재개를 요청했고, 일본이 받아들여 5개월째 재개 시기와 규모를 놓고 협상하던 중이었다.
기재부는 일본과 통화 스와프를 재개하지 않더라도 당장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맺어둔 통화 스와프가 파기된 것이 아니라, 통화 스와프 재개를 위한 협상이 중단된 것이라 당장 가시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한·미 통화 스와프를 통해서 달러만 당겨썼을 뿐 한·일 통화 스와프를 실제로 가동해서 엔화를 가져와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비상시 완충판 역할을 해주는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엄혹해지는 대외 경제 여건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2010년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는 재개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해 미국 측이 일관되게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진전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10월 만기가 되는 한·중 통화 스와프도 연장된다는 보장이 없다.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작년에 원칙적으로 계약 연장에 합의했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서 예의주시 중"이라고 했다. 만약 한·중 통화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고립돼 샌드위치 신세처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