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Consumer Electronic Show) 2017'이 5일(현지 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CES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800여 업체가 참가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올해 CES에서는 TV 화질 경쟁과 함께 자동차 업체 간의 무인차 기술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TV, 세탁기,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과 IT 기기를 어떻게 변모시킬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 개막 전부터 화질 전쟁

세계 1, 2위 TV 업체인 삼성전자LG전자는 CES 개막도 하기 전에 TV 화질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개막 이틀 전인 3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킵 메모리 얼라이브 센터에서 TV 공개 행사를 열고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공개했다. 삼성의 QLED TV는 기존 SUHD(초고화질) TV에 탑재되는 퀀텀닷(양자점) 필름 입자에 금속 소재를 적용해 색 재현력과 밝기를 모두 끌어올린 제품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QLED 패널을 이용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화질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같은 나뭇잎이더라도 연두색과 짙은 녹색, 옅은 연두색 등을 구분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QLED TV를 경쟁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함께 전시했다. 화질에서 LG전자 진영의 OLED에 앞선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이번 제품은 초고화질 콘텐츠 시청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며 "앞으로 TV 시장에서 화질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에서 TV 화질을 두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킵 메모리 얼라이브 센터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소개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LG전자가 CES 전시관 입구 천장에 216장의 OLED 패널을 이어붙인 올레드 터널.

이에 맞서 LG전자는 종잇장처럼 두께가 얇은 올레드(OLED) TV와 나노 기술을 적용한 LCD TV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번에 선보이는 올레드 TV는 두께가 2㎜대로, 벽걸이 거치대까지 포함해도 두께가 3㎜대에 불과하다. 앞으로 둘둘 말거나 접는 TV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LCD TV에는 디스플레이 패널에 나노입자를 얇게 붙였다. 거름망을 통해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처럼 불필요한 색은 나노입자를 통해 걸러내고, 정확한 색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권봉석 부사장(HE사업본부장)은 "OLED와 LCD 시장에서 모두 압도적인 화질을 구현해 프리미엄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이번 CES에서 TV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서도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전자동(통돌이) 세탁기와 드럼 세탁기를 하나로 결합한 '플렉스 워시',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한 '패밀리허브 2.0' 냉장고를 공개하고, LG전자는 초고가 제품군인 LG시그니처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등을 선보인다.

아이디어 상품 선보이는 한국 중견업체들

중견 가전업체들도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CES에서 공개한다. 안마의자 전문업체 바디프랜드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업체인 람보르기니의 자동차 '아벤타도르' 디자인을 본뜬 신제품 '아벤타'를 선보인다. 스포츠카처럼 빨간색과 금색으로 화려하게 디자인한 안마의자를 내세워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 전시 부스에서는 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의 4명이 상주하며 안마의자에 익숙하지 않은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안마의자의 효과와 기능에 대해 설명한다.

안마 의자 전문 업체 바디프랜드가 람보르기니 자동차 ‘아벤타도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신제품 ‘아벤타’.

코웨이는 미국 아마존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알렉사'를 접목해 말로 지시하면 바람의 세기나 공기 질을 조절하는 '음성인식 공기청정기'와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공기를 정화하는 '로봇 공기청정기'를 선보인다. 체성분분석기 업체 인바디는 CES 혁신상을 받은 체성분 분석용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 이 기기는 손목에 차기만 하면 체지방량, 몸무게 등을 분석해준다.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무기 소재인 양자점(퀀텀닷)을 활용해 만드는 TV. 퀀텀닷은 OLED처럼 별도 광원 없이 스스로 빛을 내 색 재현력이 높고, 무기물을 사용해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QLED 패널을 생산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 소재(素材)를 사용해 만든 TV. LCD(액정표시장치) TV와 달리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光源)이 필요 없고, 패널 스스로가 빛을 내기 때문에 색 재현력도 뛰어나다. 현재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이 OLED TV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