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해’를 맞아 비상(飛上)을 기대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극심한 내수 침체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이하 AI) 사태로 인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치킨 소비 감소로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연초부터 식용유 값을 비롯해 육계 생산 단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치킨 제품 가격 인상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매출 회복과 영업이익 확보를 위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치킨 소비가 줄어든 마당에 가격까지 올리면 소비는 더욱 얼어붙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충돌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공식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3일 “AI 파동 이후, 육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면서 “치킨에 들어가는 닭고기 수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특별한 가격 인상 요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AI 파동 이후 닭고기 수요가 크게 줄면서 닭고기 도매가는 급락했다. 한국육계협회 통계에 따르면 생계(중·1Kg 기준) 도매가는 1890원(2016년 11월 16일 기준)에서 1490원(2017년 1월 2일 기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AI 사태로 닭고기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 줄어 육계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발표한 축산관측 1월호 육계 자료에서 “닭고기 공급이 크게 감소해 1월 육계 산지 가격은 전년 동월(1499원)보다 상승한 1600~1800원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KREI는 “12월 육계 산지가격은 닭고기 공급 증가와 AI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하락했지만 2~3월부터는 병아리 생산 감소와 입식 제한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KREI는 2월 육계 산지 가격을 1900~2000원/Kg, 3월 육계 산지 가격을 1800~1900원/Kg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치킨 매장 입장에서는 식용유 값 인상도 부담스럽다. 지난달 말부터 업소에서 사용하는 18리터 들이 식용유 한 통의 가격은 10% 이상 인상됐다.
식용유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콩의 주산지인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홍수 피해로 콩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수확한 콩의 질도 예년같지 않아 식용유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당분간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닭고기 가격과 조리 비용까지 상승한 만큼 치킨값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중론이다.
소비자들은 치킨 가격 인상 전망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AI 발생 직후 닭고기 가격이 급락했음에도 치킨 가격은 그대로였다. 내릴 시기엔 기존 가격을 유지하다 상승할 요인이 있으면 꼭 올린다’며 가격 인상 시 치킨 소비를 자제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