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A씨는 가족에게 공약으로 내세웠던 '동남아 여행'을 최근 취소했다. 연말 상여금과 내년 연봉이 동결되면서 지갑 사정이 팍팍해진 탓이다.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딸의 책상도 중고로 구하기로 했다. 자신이 신을 구두도 동네 백화점 떨이 세일에서 3만9000원 주고 샀다. A씨는 "물가 상승분을 생각하면 실제 소득이 줄고 있다"며 "씀씀이를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 의결,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대내외 돌발 변수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6년 12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94.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래 7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선(2003~2015년 평균치)인 100보다 떨어지면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고 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7~10월 100을 웃돌았지만 11월 95.8로 떨어지는 등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등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 소비 증가율이 올해 2.4%에서 내년 상반기 1.9%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도 차갑게 식고 있다.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지수는 전월보다 5포인트 떨어진 55였다. 현재 경기가 6개월 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이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4) 이후 7년9개월 만의 최저치다. 국민의 6개월 뒤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지수도 기준선(100)에 한참 못 미치는 65였다.
우리 국민의 주된 자산인 집값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0포인트 떨어진 97이었다. 1년 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2월(95)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입력 2016.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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