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0일 출시된 레노버 ‘요가북(Yoga Book)’은 노트북과 태블릿, 드로잉까지 모두 지원하는 쓰리인원(3-in-1) PC다. 요가북의 가장 큰 특징은 태블릿(스크린)에 패드가 하나 더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 패드가 ‘요술 방망이’이다.
패드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키보드로 변하기도 하고 드로잉 할 수 있는 패드로 변하기도 한다. 애플의 아이패드 등 일반 태블릿 제품과의 차별화 포인트도 이 패드에 있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이사는 10일 열린 요가북 발표회에서 “요가북은 노트북과 태블릿, 노트패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인터넷과 터치 기능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과연 그의 말처럼 완벽한 제품일까. 지난 주말인 26일~27일 요가북을 사용해봤다.
◆ 외국어·수학 그래프도 문제없어...연필로 강약 조절도 가능한 드로잉
요가북은 안드로이드 버전과 윈도우 버전 두가지로 출시돼 있다. 기자가 써 본 요가북은 안드로이드 버전이었다. 윈도우 버전이 아닌만큼, 업무용 PC로 대체해 쓰기 어려웠다. 그 대신 패드를 이용해 손필기와 드로잉 기능에 집중해서 사용했다.
패드는 디지털 키보드인 ‘사일런트 키보드’로 쓰다가도 펜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키보드 자판이 사리져 드로잉할 수 있는 ‘크리에이트 패드’로 바뀐다.
요가 북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S펜’과 비슷한 ‘리얼 펜' 이 있다. 리얼 펜촉은 실제 볼펜과 같은 잉크촉으로 바꿀 수 있다. 잉크촉 3개가 요가북과 함께 들어있다. 크리에이트 패드 위에 종이를 대고 잉크촉으로 갈아끼운 리얼 펜을 이용해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요가북에도 같은 글씨와 그림이 입력된다. 필기 내용이 손십게 디지털화한다는 뜻이다. 아무 종이나 크리에이트 패드 위에 올려놓고 쓰면 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에게 요가북을 주고 수업 시간에 손필기(드로잉) 기능을 사용해보라고 했다. 이 대학생은 “수업 시간에 사용하면 딱”이라고 평가했다.
키보드로 일일이 찾아 입력하기 어려운 외국어나 수학 공식·그래프를 손으로 쓱 그려 수월하게 ‘디지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중국어와 수학 그래프 등을 그려보였다.
요가북 발표회때, 레노버측은 드로잉 기능으로 전문가급 소묘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을 따라 그려봤다. 사인펜과 연필, 펜촉 3개 중에 하나와 두께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연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약하게 쓰면 옅게, 강하게 쓰면 진하게 태블릿에 입력돼 그림의 강약과 명암을 실제 연필을 사용한 것처럼 표현할 수 있다. 이 패드는 최대 2048레벨의 압력과 100도의 기울기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아닌 전문가가 그림을 그렸다면, 전문가급의 소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모두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사용하다보니 아쉬운 점도 보였다. ‘내가 편하게 연습장에 끄적이고 있구나’라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태블릿이 글씨나 그림을 인식하기 쉽도록 ‘또박또박’ 써야 태블릿에 입력이 잘 되기 때문이다. 지렁이 글씨로 휘갈기면 태블릿이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본인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면서 바르게 글자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글씨를 쓰다 멈추면 시작점을 정확히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올려놓은 종이 위치가 살짝 틀어지면 이전과 이어지는 시작점을 찾기 어려워 여러번 시도를 해야 한다. 볼펜 잉크촉만 제공해 태블릿에서는 잘못 쓰거나 그린 부분을 지울 수 있지만, 실제 종이에서는 지울 수 없다는 점도 불편했다.
▲기자가 인터넷에서 구한 그림을 따라 그려봤다. 요가북에서는 ‘연필’을 선택해 그렸다. 그리는 대로 요가북에 입력되는 모습이 보인다. / 이다비 기자
▲색칠하는 대로 요가북에 입력되는 모습이다. / 이다비 기자
◆사일런트 키보드, 멀티태스킹 간편...기존 노트북에 비해서는 불편
사일런트 키보드도 빼놓을 수 없는 요가북의 특징이다. 사일런트 키보드를 활성화하면 키보드 문양따라 푸른색 빛이 들어온다. 사일런트 키보드는 도서관이나 강의 도중 ‘타닥’ 소리나는 키보드 소음을 줄여주고, 일반 태블릿에 내장된 터치 패드보다 타자 속도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사일런트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손 끝으로 진동이 느껴지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그러나 일반 자판 키보드와 같은 수준을 기대하면 실망하게 된다. ‘누르는 맛이 사라진’ 키보드가 손에 잘 익지 않았고, 일반 키보드와 같은 타자 속도가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터치가 너무 잘 반응하는 나머지, 조금만 손이 다른 타자 쪽으로 스쳐도 오탈자가 입력된다. 오탈자 없이 문서작성을 하려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일런트 키보드를 이용해야 한다.
이날 기자가 쓴 제품은 외국어 버전 제품으로, 국내 판매용이 아니라 키보드에 한/영 전환키와 한국어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한/영 전환키와 한국어 모두 새겨져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요가북 안드로이드 버전은 ‘북 UI(Book UI)’를 적용해 기존 안드로이드에서는 지원하지 않았던 ‘멀티태스킹 기능’과 ‘작업표시줄’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간혹 기자가 안드로이드 버전을 쓰고 있는 것인지 윈도우 버전을 쓰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확실히 작업표시줄이 있어 동시에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띄우고 그때그때 작업할 앱을 선택하니 간편했다.
키보드 단축키와 마우스 커서 같은 부가적인 기능도 있다. ‘ALT+Tab’을 누르면 윈도우와 같이 지금까지 본인이 띄운 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시원’하다. 이외에도 Ctrl+C, Ctrl+V와 같은 복사, 붙여넣기 단축키도 지원해 사용하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손가락을 너무 잘 감지한 탓인지, 조금만 손 끝에 힘을 줘도 마우스 더블클릭처럼 인식이 돼 원하지 않는 앱이나 창이 열리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