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사업 강화하는 효성·코오롱
과당 경쟁으로 중소업체들 쫓겨나
올해 국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약 14.5%에 달한다. 수입차 시장은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긴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수직 상승해왔다. 이러한 수입차 시장을 성장시킨 주역으로 중견·대기업 딜러사들이 꼽힌다. 전체 120개인 수입차 딜러사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 20여사에 이른다.
대표적인 중견·대기업 수입차 딜러사는 효성·코오롱·KCC 등이다. 이들은 여러 브랜드의 수입차를 취급한다. 수입차 본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키우고 폴크스바겐 사태와 같이 한 브랜드로 인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 규제·저금리로 이중고 겪은 월스트리트
효성은 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렉서스·페라리·마세라티를 판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법인인 더클래스효성은 지난해 70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가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235억원을 기록했다. 한성자동차에 이어 국내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두 번째로 많이 팔고 있다. 도요타·렉서스를 판매하는 효성토요타와 더프리미엄효성도 지난해 급성장했다. 지난해엔 마세라티와 페라리를 수입·판매하는 FMK를 동아원그룹으로부터 인수하고, 올해 재규어·랜드로버의 지역 딜러권도 확보하는 등 수입차 사업을 확대했다. 효성이 수입차 판매법인으로 벌어들이는 연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다.
효성의 수입차 사업은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현상 부사장은 더클래스효성의 지분 61.5%뿐만 아니라 효성토요타의 지분 20% 등을 보유 중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7월 광주·전남 지역 벤츠 딜러사, 신성자동차의 지분 전량을 개인 명의로 사들이기도 했다.
코오롱은 1987년 BMW를 수입·판매하며 수입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판매 부문 매출은 9459억원, 영업이익은 3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경영난에 허덕이며 폐업을 결정한 참존모터스를 인수하며 아우디까지 사업을 확대했으며, 올 1월부터 볼보 딜러로도 활동하고 있다. 29년째 BMW의 주요 딜러로 자리매김한 코오롱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다른 브랜드들로 눈을 돌린 것이다.
KCC정보통신 계열의 KCC오토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랜드로버, 포르셰, 닛산, 인피니티, 혼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보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만 해도 각각 20곳이 넘는다. 메르세데스-벤츠를 판매하는 KCC오토는 지난해 2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재규어·랜드로버를 판매하는 KCC오토모빌은 지난해 전년 대비 70%나 매출이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KCC오토와 KCC오토모빌 외에도 KCC모터스·아우토슈타트·프리미어오토모빌·프리미어오토 등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6000억원에 육박한다. KCC오토그룹은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 아들 이상현 KCC오토 부회장이 직접 사업을 맡고 있다.
반면 GS그룹은 수입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올 6월 폴크스바겐 판매 및 정비 서비스 사업을 마이스터모터스에 양도했다. 지금은 렉서스를 판매하는 센트럴모터스만 두고 있다. 센트럴모터스 지분은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범GS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 그룹 주력 사업과 시너지 기대
수입차 딜러 사업을 하려면 전시장·서비스센터 등을 갖춰야 한다. 영업사원을 채용하는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 많게는 수천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 정도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정도다. 수입차 업체들도 탄탄한 자본력과 영업 네트워크 등을 가진 대기업을 반긴다.
효성이나 코오롱처럼 주력인 섬유·소재 사업과 자동차 산업 간의 시너지가 높다고 보고 투자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효성 관계자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에 쓰이는 원사와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등이 자동차 사업과 연계돼 있다”며 “향후 수입차 판매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그룹의 주요 사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 등으로 인해 딜러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2~3세가 수입차를 잘 알고, 그럴 듯해 보인다는 이유로 뛰어들었다”면서 “하지만 변수가 다양하고, 최근엔 과잉경쟁으로 인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각 브랜드의 1위 기업 영업이익률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또 아우디·폴크스바겐 판매 중단과 같은 사태를 맞게 되면 치명적이다. 여기에다 대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보단 해외 제품 수입·판매로 돈을 벌려고 한다는 비난도 부담이다.
대기업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파격적인 할인 판매로 점유율을 높이면서 중소 수입차 딜러들은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사업 확대에 따른 주위의 따가운 눈총도 있고, 수익성도 낮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분야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Plus Point
수입은 외국차 국내 법인
판매는 국내 기업 딜러 담당
한때 수입차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했다. 코오롱그룹이 BMW를, 두산그룹이 사브를 수입·판매했다. 금호그룹(피아트), 한진그룹(볼보), 동부그룹(푸조)도 수입차를 국내에 들여와 팔았다. 그러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기업들이 수입차 사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에 공식 법인들을 세웠고, 대기업들은 딜러사로 참여했다. 1980~1990년대엔 대기업들이 수입과 판매를 동시에 담당했지만 지금은 수입차 본사의 국내 법인이 수입을 맡고 딜러사들은 판매만 하는 이원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