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 대출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 이후 국내 채권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금융채를 금리 기준으로 하는 국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치솟는 상황이다.
은행권에 연 3%대 금리 상품은 씨가 말랐고, 연 5%대 금리까지 등장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까지 치솟은 것은 2년여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당분간 은행권 대출 금리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말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장금리가 올라 은행권 대출금리가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다”고 16일 말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채 금리 0.32% 올라… “연 3% 주담대도 찾기 힘들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국내 채권 시장 금리를 확실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 시중은행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등급) 금리는 1.944%였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6일 현재 2.264%다. 5영업일만에 0.320%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이는 10월 한달동안 금융채 금리 인상폭(0.230%포인트)의1.4배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올해 초 연 2%대까지 주저앉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5%대까지 치솟았다. KEB하나은행의 고정·변동 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현재 3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 전환상품이 최고 연 5.00%, 5년 이후 변동금리 전환상품이 최고 연 5.18%를 기록했다.
이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상품도 6개월 주기 변동 연 4.27%, 1년 주기 변동 연 4.31% 등 연 4%대를 넘어섰다. 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에 달한 것은 2014년 말 이후 2년만이다.
KB국민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상품(5년 이후 전환)의 경우 연 3.18~4.48%로 지난주보다 0.1%포인트씩 올랐다. 지난 10월 말(연 2.94~4.24%)보다는 최대금리 기준으로 0.24%포인트나 인상됐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23~4.53%이며, 우리은행의 고정·변동금리 혼합형 상품의 경우 3년 주기 변동 연 3.38%, 5년 주기 연 3.27%다.
이런 추세라면 시중은행에서 곧 연 3%대 고정금리 상품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인상 여파로 하루 만에 대출 금리가 0.1%포인트씩 오르기도 한다"며 "특히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들은 트럼프 효과를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코픽스까지 상승세… "연말까지 이어질 듯"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주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가 1.41%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연초 이후 9개월 연속 하락했던 코픽스 금리가 지난 8월 1.31%로 최저치를 찍은 뒤 두 달 만에 0.1%포인트 올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은행채(AAA, 1년 만기)의 월별 단순 평균 금리가 지난 9월 1.39%에서 10월 1.48%로 상승하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인상된 코픽스 금리는 이날 실행되는 코픽스 금리 연동 주택담보대출 상품부터 적용된다. 신규 대출자들은 하루 차이로 금리 0.06%포인트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대출자의 금리는 시차를 두고 상승된 금리를 반영한다. 대출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변동금리형 대출은 보통 금리 변동 주기는 6개월이다.
이승훈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연말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에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가 유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계속되자 은행 대출 창구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느 것이 유리하냐”는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고정금리 상품은 대출자가 자신의 소득 흐름에 맞춰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금리 상승기에 가계에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자에 비해 다소 손해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조현수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자산관리컨설팅팀장은 “3년 정도 단기에 대출 상환이 가능하면 6개월 변동금리 상품이 유리하다”며 “반면 5~7년 정도 장기 상환을 계획한 경우라면 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