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자동차가 싼 가격을 무기로 국내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픽업트럭과 미니밴 등 상용차 위주로 판매되던 중국산 자동차는 올 연말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전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자동차 수입업체인 중한자동차는 올해 안에 싼타페와 투산의 중간급 SUV인 ‘S6’를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산 저가 픽업트럭이나 밴 차량만 수입해 판매해 왔지만 12월쯤 승용차 부문으로 판매 라인업을 확대하는 셈이다. 중한자동차는 이미 전국에 35개 대리점을 낸 상태이며, 정비업소도 72곳을 확보했다.

중국 북기은상기차가 생산하는 S6의 경우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량 크기는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크기지만, 가격은 투싼 가솔린 모델보다 600만원 싸게 책정될 예정이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픽업트럭과 미니밴 등의 판매 대수가 많지 않지만 SUV가 들어오는 12월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자동차 수입 실적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158만7000달러(한화 약 13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입 실적은 1236만5000달러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수입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같은 기간 중국산 자동차 수입 대수(트럭·특장차 포함)는 1868대다.

그러나 중국산 자동차는 애프터서비스(A/S) 등 사후관리에 취약점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전에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폭넓은 선택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중국차, 가격 경쟁력 앞세워 상용차 위주로 확산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산 자동차가 상용차 위주로 팔리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의 한국 진출 전략은 국산차와 전면 대결보다는 국산차가 손대지 못한 부분부터 서서히 공략해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중한자동차는 중국 북기은상기차의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선롱버스도 2013년부터 25인승 중형버스 듀에고 EX를 국내에 내놨다. 대웅자동차가 수입·판매하는 중국 포톤자동차의 픽업트럭 툰랜드도 경기도권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중한자동차가 수입 판매하는 북기은상기차 CK 미니트럭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의 경우 가격은 한국GM의 라보(경트럭)와 다마스(경승합차)보다 약간 비싸지만 성능이나 크기에선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차량 옵션 등을 감안하면 라보와 다마스보다 훨씬 싸다는 평가다.

대웅자동차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는 15인승 다목적 미니버스 뷰 CS2도 틈새시장 공략 차량이다. 현대차 스타렉스와 쏠라티의 중간급으로, 학원·유치원·어린이집 통학용 차량시장을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 틈새시장 공략, 전기차 등은 경쟁력 충분

대웅자동차가 수입·판매하는 중국 포톤자동차의 툰랜드.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한국보다 앞서 있는 전기차를 앞세워 한국시장을 공략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지난해 20만3357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전기차 생산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6만1722대의 전기차를 팔아 전기차 업계의 맹주였던 미국 테슬라를 밀어내고 판매량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실제 일부 고속버스와 시내버스회사에서는 내년부터 중국산 전기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업체들은 한국형 전기버스 모델을 개발한 상태로 국내에서 시험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선 한국보다 크게 앞서가고 있고, 특히 전기버스에 대한 수요는 국내에서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산 자동차는 유럽 자동차보다 물류비용 등이 적게 들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 정식인증보다는 개별인증 위주...AS망 등 확충 숙제

현재 중국산 자동차는 정식인증이 아닌 개별인증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차종별 개별 인증을 받으면 해당 차종을 연간 1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다. 정식인증을 받으면 대수와 관계없이 국내에 팔 수 있다. 아직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대량으로 팔리지 않아 개별인증 위주로 인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개별인증은 소음이나 배출가스 항목에선 정식인증과 같은 규제를 받지만 인증 관련 비용이 적게 든다. 또 인증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행정 절차 등도 정식인증보다 간소하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산 자동차는 선롱버스 이외에는 대부분 개별 인증을 받아 수입되고 있다”며 “정식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행정 절차 등이 복잡해 개별인증을 통해 수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사후관리(AS) 등이 필수 요건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선롱버스의 경우 지난해 안전장치 결함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이후로 최근 들어 판매가 주춤한 상태다. 정식 딜러사가 정비센터를 운영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국내 자동차보다 사후관리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김필수 교수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후관리를 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개인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면서도 “중국산 자동차도 품질이 많이 개선돼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