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독일 악셀슈프링어 합작 뉴스 앱 '업데이'
페터스 CPO "2000개 매체 분석…알고리즘보다 편집자 안목이 중요"

2015년 9월, 유럽 미디어 업계에는 일대 '사건'이 있었다. 삼성전자와 독일 최대 미디어 그룹 악셀슈프링어(Axel Springer)가 벤처기업 공동 설립을 발표한 것. '업데이(Upday)'라는 이름의 이 미디어 스타트업은 올해 2월, 출시 10주 만에 사용자 150만명을 끌어모으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10월 초, 업데이의 활성 사용자 수는 500만명에 육박한다.

업데이 서비스의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악셀슈프링어가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삼성 스마트폰에 독점 공급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미디어 플랫폼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두 회사는 공동 개발한 자체 플랫폼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2000년대 초부터 디지털 전환에 주력해온 악셀슈프링어는 지난해 매출의 70%를 디지털 분야에서 올렸다. 이 회사는 2015년 초 파이낸셜타임스 인수에 도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도 주목을 받았다. 악셀슈프링어는 같은 해 9월 3억4300만달러에 미국 온라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를 사들였다.

얀 에릭 페터스(Jan-Eric Peters) 업데이 CPO 겸 부대표. 그는 '저널리즘과 기술의 결합'이 업데이의 대표적인 강점,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베를린 중심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 있는 업데이의 뉴스룸에서 얀 에릭 페터스(Jan-Eric Peters) 업데이 CPO(Chief Product Officer·최고제품책임자) 겸 부대표를 만났다. 업데이 뉴스룸은 악셀슈프링어 본사 빌딩의 서쪽 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가 내린 이날 오후, 통유리로 둘러싸인 사옥 내부에서는 우산을 든 행인들이 내려다 보였다.

페터스 CPO는 올해 초 업데이에 합류했다. 자신을 '30년차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 그는 이날 짙은 색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젊은 뉴스룸'을 표방하는 업데이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앞서 독일 일간지 디벨트(DIE WELT)의 편집국장과 뉴스 채널 N24의 보도국장을 10년 이상 역임했다. 페터스 CPO는 국장 재임 시절 디벨트를 종이신문과 TV, 온라인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미디어로 전환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저널리즘스쿨인 악셀슈프링어 아카데미 초대 학장도 역임했다.

페터스 CPO는 인터뷰에 앞서 뉴스룸 곳곳을 직접 안내했다. 업데이 사무실은 크게 편집팀, 마케팅팀, 개발팀, 콘텐츠의 출처를 확인하는 콘텐츠 품질팀, 요가실, 요리실, 게임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와의 대화는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업데이 뉴스 앱의 메인 화면. 올해 2월 정식 론칭한 업데이는 현재 독일, 폴란드, 영국, 프랑스 4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아야 하는 뉴스(Need to know)' 하루 20개 이상 선별

-미디어 시장에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체는 이미 많다. 업데이 만의 강점이 있나.

"악셀슈프링어는 뉴스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기존의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서비스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고, 업데이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업데이는 자체 개발한 뉴스 선별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이 결합된 서비스다.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이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한다.

만약 사용자가 축구 콘텐츠를 즐겨 본다면, 그와 관련된 기사를 더 많이 추천한다. 업데이의 콘텐츠는 '알고 싶어하는 뉴스(Want to know)'와 '알아야 하는 뉴스(Need to know)', 두 가지로 구성된다.

알고 싶어하는 뉴스는 사용자가 미리 지정한 관심 분야의 소식들이다. 알아야 하는 뉴스는 숙련된 에디터가 뉴스를 선별해 상황 별로 제공하는 콘텐츠다. 하루 평균 20개가 조금 넘는다. 독자들이 굳이 기사 원문을 읽지 않아도 어떤 이슈가 중요한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령 테러 같은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사건의 배경을 전혀 모르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업데이 콘텐츠의 뉴스 소스는 총 2000개 매체가 넘는다. 업데이가 진출한 독일, 폴란드, 영국, 프랑스 4개국의 500여개 매체를 합한 수치다. 업데이는 비즈니스, 영화, 음악 등 당신이 상상하는 거의 모든 소스의 콘텐츠를 제공받는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슈피겔 등 주요 매체부터 '파워블로거'의 글도 참고한다.

서비스 지역의 현지 특성을 대폭 반영한 콘텐츠는 업데이의 또 다른 강점이다. 각 서비스 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 에디터가 뉴스를 엄선한다."

업데이의 편집팀. 페터스 CPO는 인터뷰 내내 이 팀의 역할을 강조했다.

-타 매체의 콘텐츠를 재가공한다는 것인데, 저작권 문제가 우려된다.

"업데이는 타 매체 콘텐츠의 출처를 명시하고 기사의 원문도 소개한다. 문제될 게 없다.(업데이 앱을 가리키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스타(Daily Star)의 페이지를 보자. 여기 기사를 누르면 바로 해당 매체의 페이지로 넘어간다. 업데이는 콘텐츠의 원문과 함께 2~3문장 분량의 요약문을 제공한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의 트래픽도 올라간다.

◆ 2014년 7월 악셀슈프링어 CEO, 이재용 부회장 만나 제휴 첫 논의

-지난해 9월 삼성전자와 악셀슈프링거의 파트너십은 한국에서도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 두 기업이 제휴를 맺게 된 배경을 설명해달라.

"2014년 7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마티아스 되프너(Mathias Döpfner) 악셀슈프링어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나서 두 기업의 제휴를 논의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악셀슈프링어는 한국의 삼성전자 본사에 직원 12명을 보냈다. 두 회사는 3주간 관련 사업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갖고 이듬해인 2015년 9월 제휴 체결을 발표했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기기 불량이 한국과 독일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문제가 됐다. 두 기업의 제휴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까.

"별 여파는 없을 것이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가 문제인 것은 맞지만 삼성이 잘 해결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독일 시장에서 여전히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업데이 앱의 이용자 수는 얼마나 되나.

"업데이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활성 이용자(unique users) 수가 400만명을 넘었다. 10월 말이면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데이 고객이 급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만 해도 하루 수천명이 삼성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뉴스룸의 인력은 얼마나 되나.

"업데이의 직원 수는 100명이 넘는다. 뉴스룸에서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편집팀이다. (자신의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편집팀 자리를 가리키며) 이 팀에는 6명의 직원이 있다. 업데이를 론칭한 나라마다 별개의 편집팀이 있다. 현재 런던, 파리, 바르샤바에 각각 6명씩 있다.

직원의 3분의 1 이상은 엔지니어다. 이들은 독일을 포함한 20여개국 출신이다. 업데이는 뉴욕타임스, 아마존 출신의 개발 인력들을 모았다. 나머지 3분의 1은 비즈니스 분야로 각각 마케팅과 세일즈 담당자다."

업데이 개발팀. 전체 직원 100여명 중 30명 이상이 이 팀 소속일 정도로, 업데이는 자체 알고리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데이 뉴스룸에서 저널리스트는 편집팀 인력밖에 없나.

"이들 중 다수는 취재 경력을 갖춘 에디터다. 그들은 뉴스의 흐름을 파악하고 독자들이 알아야 할 뉴스를 선별한다. 업데이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편집팀이 맡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선별 기술도 중요하지만, 숙련된 에디터의 맞춤형 기사 추천은 더욱 중요하다."

◆ 자체 개발 '기사 추천 알고리즘'·휴먼 큐레이션 서비스가 무기

-다수 매체와 소셜미디어가 알고리즘 자동 편집을 강화하는데, 업데이는 '휴먼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조한다.

"악셀슈프링어 그룹은 경험이 풍부한 저널리스트를 기계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기계를 적극 활용하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 콘텐츠 중복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뉴스를 추천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뉴스의 가치 판단은 기계가 사람의 능력을 넘지 못한다."

-사람이 직접 뉴스의 중요도를 판단하다보니, 편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업데이의 콘텐츠에는 편향된 시각이 없다는 걸 자부한다. 우리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뉴스 리포팅이지 오피니언 콘텐츠가 아니다. 업데이는 항상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악셀슈프링어 빌딩 동쪽에 있는 조각상 '곡예사(Balancing Act)'. 사옥 건립 50주년과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해 독일의 조각가 슈테판 발켄홀(Stephan Balkenhol)이 2009년에 만들었다. 악셀슈프링어 사옥은 베를린장벽 터 바로 옆에 있다.

-좋은 콘텐츠 만큼 수익 모델도 중요하다. 업데이의 수익 모델을 설명해달라.

"현재 업데이의 유일한 수익 모델은 광고다. (다시 업데이 앱을 보여주면서) 업데이 앱은 소비자가 원하는 광고를 보여준다. 독자 별로 타깃팅한다. 가령 사용자가 BMW에 관한 기사를 자주 본다면, 그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 이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보완해서 발전시킬 예정이다."

-한국 출시 계획이 있나?

"현재 유럽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는 유럽 내 다른 국가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직 아시아 지역에 출시할 계획은 없지만, 파트너 업체 삼성이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업데이를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