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18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동남쪽으로 200㎞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창저우시에서 '중국 제4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1년 반 전만 해도 진흙더미의 허허벌판이었지만, 이제는 연간 3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첨단 생산기지이다. 이 공장의 차체(車體) 라인에서는 299대의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용접과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차체에 트렁크를 결합할 때는 로봇에 달린 4대의 카메라가 위치를 세밀하게 확인해 정확도를 높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창저우 공장의 생산성은 현대차 완성차 공장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준공식 인사말에서 "이제 중국에서 총 8개 완성차 공장을 통해 연간 24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이번 준공식을 계기로 현대차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연간 2000만대)인 중국에서 3년 연속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이 최첨단 공장 준공을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 누적 판매 1000만대 시대 연다
120억위안(2조원)이 투입된 창저우 공장은 베이징(1·2·3공장)이 아닌 지역에 들어선 첫 번째 현대차의 중국 승용차 공장이다. 지난 4월 기공식 이후 18개월 만에 양산 체제까지 갖추는 등 '현대 속도'를 과시했다. 먼저 20만대 규모로 양산을 시작한 뒤 중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2018년엔 연간 30만대로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날 창저우 공장의 첫 번째 양산 모델인 '위에나'를 공개했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모델로 등장해 20~30대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중국 특화 모델이다. 기존 베르나로 중국 소형 세단 시장 1위를 수성해온 현대차는 신형 모델인 위에나의 출시를 계기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베이징현대 장원신 총경리는 "중국 시장 맞춤형 전략을 펼쳐 현재 1000여개인 딜러를 2020년 1400여개까지 확대하고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 전기차 등 4가지 플랫폼에서 총 9개의 신모델을 출시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 대비 10%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과 토종 기업의 샌드위치 '현대차'의 반격
세계 제1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00만대 규모를 돌파한 뒤, 2020년에는 2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중국 시장 1위인 폴크스바겐은 2018년까지 500만대, 2위 GM은 290만대 생산 체제 구축을 서두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기업의 물량공세와 중국 토종 업체의 가격 공세에 밀려 2012년 10.5%까지 치솟았던 시장 점유율이 추락, 올해는 8% 선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서부대개발 등과 맞물려 중국 시장에서 SUV 돌풍이 불고 있는데, 중국 시장에 특화된 SUV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1년 117만대, 2012년 134만대, 2013년 158만대, 2014년 177만대로 4년간 평균 10.8%씩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168만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5%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10% 이상 성장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매출 증가는커녕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올해 소형차 세금 감면 등 내수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상반기 14.4%나 성장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80만81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만3386대)보다 뒷걸음쳤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현대차는 20년 넘게 중국 사업을 이끌어오다 고문으로 물러난 설영흥 고문을 다시 중국으로 파견했다. 또 최근에는 해외영업통인 장원신 부사장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법인장)로 임명하는 등 중국 사업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또 위에나를 비롯한 중국형 SUV 등 중국 특화 모델을 내놓고 중국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준공식에는 자오커즈(趙克志) 허베이성 서기, 쑤이전장(隋振江) 베이징시 부시장 등 중국 정관계 인사,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쉬허이(徐和誼) 베이징현대 동사장 등 800여명이 참석했으며, 400명에 가까운 중국 기자도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