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유전체 정보(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분석한 인간 게놈 지도 중 가장 정밀한 버전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만 나타나는 질병 관련 유전자와 유전자 변이를 바탕으로 한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정선(사진)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연구팀과 국내 생명공학 바이오 벤처인 마크로젠 연구진 등은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인 남성 30대 1명의 30억 쌍에 달하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정밀한 게놈 지도를 완성하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간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인간 게놈 지도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생물정보센터(NCBI)가 제공하는 서양인 중심으로 표준 인간 게놈 지도가 구축돼 왔다. 그러나 기술적인 한계로 190개의 DNA 영역에 있는 염기서열은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 2009년에 서정선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한국인 게놈 지도도 마찬가지였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기존 인간 표준 게놈 지도에 누락됐던 190개 DNA 영역에 있는 염기서열 중 105개 DNA 염기서열 구조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190개 DNA 중 72개의 DNA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염기서열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기존보다 염기서열을 100배 길게 늘려 분석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한번에 150개 정도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면 1만5000개의 염기서열을 한번에 분석하는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아빠와 엄마에게서 받은 유전체를 각각 분리해 분석하는 ‘페이징’ 기법도 도입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서양인을 중심으로 분석됐던 게놈 지도와 연구진이 이번에 완성한 게놈 지도를 비교한 결과 암 억제 유전자로 알려진 HRASLS2와 피부색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POU2F3 유전자 등 다양한 유전자에서 한국인만의 특성이 있는 것을 찾아냈다.
또 약물 대사 속도를 결정하는 CYP2D6 유전자의 유형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향후 각 개인의 약물대사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해 약물 과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소장은 “정밀도 높은 한국인 유전체 지도 구축으로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를 완성한 것은 아시아인 정밀의학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을 확보한 것”이라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 각 국가 및 민족별 표준 유전체 구축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기술적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