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현재 상황을 보면 외우내환(外憂內患)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국내시장에서는 경쟁 완성차 브랜드와 수입차 브랜드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도 신흥국시장의 성장 둔화로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 상황이지만, 노조는 임금협상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26일에는 12년 만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가 밝힌 올해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 추산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현대차의 잦은 파업은 한 기업을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전체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 올해 1~7월까지 글로벌 자동차 생산 순위는 인도에 밀려 5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평택항에서 수출차량이 대기중인 모습.

◆ 노조 파업, 생산 차질 규모 역대 최대치 넘어서

현대자동차 노조가 12년만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19번의 부분파업이 있었다. 7월 22일에는 2조 근무자만 전면 파업을 했지만 1조, 2조 근무자 모두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2004년 2차례 이후 12년 만이다.

추석연휴 이후 첫 교섭에서 노조가 사측에 임금안을 포함한 추가 제시안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내놓지 않으면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10만1400여대, 2조2300여억원에 이른다. 아직 올해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았지만 생산 차질액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종전 최대치는 2012년의 1조7048억원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까지 파업한 일수는 410여일,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규모는 125만여대, 14조2000여억원에 이른다.

조선일보DB

◆ 한국 변방 생산 기지로 전락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노조 파업으로 현대자동차의 국내 자동차 생산 비중은 점점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국내 생산 비중은 줄어들었다. 지난 5월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완공되면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848만대가 됐다.

올해 중국 창저우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868만대까지 확대된다. 내년에는 생산능력 30만대 규모인 중국 5공장 충칭 공장이 완공될 예정인데다 2018년 창저우 공장의 생산능력이 20만대에서 30만대로 10만대 더 확대되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908만대에 달한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국내 생산 비중은 44.8%로 2012년 49%에 비해 4.2%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국내 생산 비중의 감소세가 더 가파르다. 2011년 현대차 국내 생산 비중은 46.3%였다. 2013년에는 39.2%로 30%대에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37.6%를 기록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해부터 미국·유럽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들여와 판매하는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생산보다는 판매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미 한국은 경직된 노사관계로 인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실제 국가별 자동차 생산량에서 인도에 사상 처음으로 뒤져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1~7월 한국 누적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1937대로 257만5311대를 생산한 인도보다 2만3374대 적었다고 밝혔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한국은 12년 만에 자동차 생산 '글로벌 빅5'에서 밀려나게 된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이 인도를 다시 따라잡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인도 자동차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노조 파업은 물론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 안팎으로 경쟁력 떨어진 현대차

현대차의 8월 내수 판매는 4만21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6% 감소했다. 지난 7월보다 5000대나 적게 팔렸다. 내수는 지난 6월 말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로 판매 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자동차 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노후 경유차 세제지원 혜택도 답보상태다. 현재 상황을 바꿀만한 정책적인 지원이 없는 셈이다.

해외시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26만7432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다.
일본과 미국,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 회복과 신흥국 시장의 경기 둔화로 판매가 줄어들었다. 엔화강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엔저, 브랜드 이미지 개선, 미국 시장의 수요 증가 등으로 호기를 맞은 상태다.

미국 자동차업체들도 상품성 개선과 자국 시장의 호조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중국 업체는 내수시장 선전으로 현대차의 입지가 줄어든 상태다. 저유가 현상도 현대차 입지를 위축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

저유가 여파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의 판매는 급증했다. 반면 중형 이하 세단 승용차 판매율은 감소하면서 현대차에 불리한 판매환경이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