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일몰 도래하는 유효기간 아예 없애기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사진) 국민의당 의원이 올해 11월 일몰이 도래하는 기업재무안정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기업재무안정PEF)의 유효기간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기업재무안정PEF를 상시화하겠다는 것이다.
채 의원은 조선, 해운, 건설 등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자본시장을 통한 선제적인 구조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며 의원 19명의 지지를 받아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개정안 내용은 이미 시행되던 제도를 앞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어서 크게 눈길을 끌지는 않았다.
하지만 야당 의원인 채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서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거친 법안 발의 과정이 주목 받고 있다.
채 의원은 21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법 개정안을 마련하던 차에 정부도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금융위원회와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은 민간 자본을 활용해 기업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향후 벤처투자 등 모험자본이 성장하는 상황까지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도입된 기업재무안정 PEF는 경영권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출자금액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한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채권금융사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기업의 주식, 채권 등이 투자 대상이다. 정부는 이 PEF에 일정 부분의 면세 혜택을 줘 이들 활동을 지원한다. 당초 법 특례로 도입되며 유효기간 3년으로 설정된 이 제도는 지난 2013년 일몰이 한차례 연장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기업재무안정 PEF 출자약정액 규모는 4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약정액 규모가 5000억원 정도씩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 위기를 벗어난 기업 사례도 계속 축적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금호고속 지분을 기업재무안정 PEF에 매각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금호그룹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그룹 체질을 강화한 코스모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법안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채 의원이 관련 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 제반 사항에 대한 내용과 금융위 의견을 많이 물었고, 금융위가 이에 답변을 했다”며 “금융위도 기업재무안정PEF의 유효기간을 폐지하고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 의견과 같은 의원 입법이 이미 제출된 만큼 별도로 정부 입법이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정무위에서 야당과 정부의 이런 협업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김기식 전 더민주 의원(간사)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들이 정부와 여당이 내놓는 법안 대다수에 대해 ‘협의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규제를 다루는 정무위의 특성상 여야, 정부 간 이견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채 의원은 당선 직후 ‘제2의 김기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동안 대기업과 자본시장 규제 강화를 외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국회 개원 직후 채 의원은 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 규제의 합리성을 높이고 법안 통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모든 법안이 정부, 야당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지만 의견일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과도 협조할 수 있다는 사례가 만들어진 셈”이라며 “야당과 법안 협의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 개정안 발의에 국민의당 의원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이 참여한 만큼 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