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경영평가...기관장 해임 등 인사조치 강화해야

“기획재정부가 경영평가 결과가 미흡한 공공기관장에 대한 해임건의를 할 수는 있지만, 해임권한은 주무부처 장관에게 있습니다. 과연 장관이 ‘낙하산 선배 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을까요. 유명무실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합니다." (이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팀장)

지난해 정부로부터 ‘우수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장이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경우 우수등급은 전무했고, 평가 대상 절반 이상이 중하위권 등급에 머물렀다. 상임감사의 69%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성과 독립성조차 미흡했다.

특히 평가 결과가 안좋은 기관장이 해임건의를 받아도 실제로 해임된 경우는 전무했다. 유명무실한 공공기관 평가제도를 개선해 기관장 해임 등 책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확정해 최근 내부 공개한 ‘2015년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경영성과협약 이행실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평가점수 합계 80점 이상의 우수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화동 한국조폐공사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영표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김옥이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권승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장 등 6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장 116명 중 재임기간 1년6개월이 넘은 49명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다. 우수등급 기관장 비중은 12.2%에 불과했다.

조선비즈 DB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경영성과 협약제도’는 과거 매년 이행실적을 평가하던 ‘경영계약제’를 변경, 2014년부터 기관장 재임 중 1회만 평가하고 있다. 보통등급(60~79점)을 받은 기관장은 41명이다. 권혁수 석탄공사 사장과 이희상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은 59점 이하인 미흡등급에 머물렀다.

기관장 평가항목 중 ‘중장기 전략과제’의 경우 중위등급인 C등급 이하가 전체의 74.5%를 차지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부 기관장은 감사원과 국정감사 등 외부지적 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해당없음’으로 간주해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상임감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평가대상(지난해 말 임용 후 재임 6개월 이상)인 29개 기관 중 우수등급은 전무했고,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2개 기관은 미흡등급을, 나머지 27개 기관은 보통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보통등급을 받은 27개 기관중 16개 기관이 ‘중하위권’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절반 이상 기관 상임감사의 활동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제공

가장 큰 문제는 '윤리성 및 독립성'이 꼽혔다. 중위등급인 C 이하의 기관이 69%를 차지했다.
특히 모든 공공기관이 작성하고 있는 '청렴서약서'의 내용을 위배해도 그에 대한 처분내용조차 특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위반행위에 대해 기관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나 서약당사자가 지게 될 구체적인 부담도 없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관계자는 "방만경영사례 재발방지 노력도 미흡했다"며 "적절한 성과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관장과 상임감사에 대한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평가 등급이 낮아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기관장 해임’보고서에 따르면 2008~2014년 공공기관 전수조사 결과, 해임건의를 받은 공공기관장은 27명(공석 제외)이 있었지만,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해임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말까지 50여 곳의 공공기관장이 바뀔 예정이지만 잘못된 구조 때문에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팀장은 “현행 경영평가는 평가단이 모든 기관에 나가서 대면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영평가를 통해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해임 등 강한 인사 조치를 취하는 등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