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의 발언에 9월 금리 인상 경계심이 커진 상황에서 유가 급락으로 증시 하락폭이 커졌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날보다 2.13% 하락한 1만8085.45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은 2.45% 내린 2127.8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54% 하락한 5125.91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놓고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이날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완만한 금리 인상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미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들이 균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완전 고용 상태라면 완만한 긴축이 적절하다”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결권이 있다.

특히 12일 연준의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예정에 없던 연설에 나서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졌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연준 내에서도 강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그의 연설이 급작스레 잡힌 것을 두고 연준이 브레이너드 이사를 통해 9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다만 비둘기파적인 발언도 있었다. 달라스 연은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최근 수개월 동안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강해졌다면서도 “금리 인상은 급하지 않으며 연준은 신중하고 인내심있게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 탈룰로 이사도 이날 오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품 낀 자산 가격을 고려했을 때 ‘지금’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와 단기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달러화와 주요 6개국 통화 관계를 보여주는 ICE 달러인덱스는 0.4% 상승한 95.4150을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은 전날(유로당 1.1267달러)보다 하락한 유로당 1.122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전날(달러당 102.36엔)보다 상승한 달러당 102.67엔을 기록했다.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국채 금리 상승) 금리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2bp(1bp=0.01%포인트) 상승한 0.790%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5.7bp 오른 1.671%를 기록했다.

유가 급락도 증시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원유 재고 급감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7% 하락한 배럴당 45.8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4% 내린 배럴당 48.01달러를 기록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증시 투자 공포감을 가늠하는 지표인 CBOE VIX지수는 31% 상승한 16.36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호브내니언 엔터프라이즈가 실적 충격으로 12.63% 급락했다. 반면 리스토리안 하드웨어는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주가가 3.09% 상승했다.

물류회사 CAI 인터내셔널이 5.18% 하락했다. 회사의 한진해운 사태 노출 규모가 26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