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3년 임기의 이사장 공개모집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최경수 현 이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2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작업을 마치고 5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새 이사장 모집 공고를 냈다. 12일까지 이사장 모집에 응할 후보들로부터 지원서를 받은 뒤 면접과 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최 이사장이 1년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추천위원회 구성이 늦어 새 이사장 선임까지 일정이 촉박한 데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도 있어 눈에 띄는 변수가 없는 이상 최 이사장이 한 번 더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 최 이사장 연임에 무게거래소 지주사 전환 숙제, '결자해지' 명분

최경수 이사장은 취임 후 줄곧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IPO(기업공개)에 주력해 왔다. 사진은 올해 초 최 이사장이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최경수 이사장이 지난 2013년 취임 후 줄곧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중점 과제였다. 그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상장을 해서 지분 가치를 높인 후 해외 거래소들과의 지분 교환 등을 통해 글로벌 증권거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여야 간사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최 이사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눈 앞에 온 듯 했다. 그러나 법안 처리를 앞두고 거래소 본사를 부산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일부 사항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좌절됐다.

올해 2월 국회 정무위는 다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상장 차익의 환원과 예탁결제원의 지분 매각 방식 등에서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며 결국 최종 합의에서 제외됐다.

지난 4월 13일 총선을 마치고 이달 초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다시 주요 처리사안 중 하나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3년간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앞장서 추진해 온 최 이사장이 이번 국회에서 이 과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결자해지(結者解之)론’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에 구성된 국회 정무위에서는 지난 회기에 비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한층 분위기가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 이사장도 이를 의식해 9월 임기 만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부터 꾸준히 관계자들을 접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촉박한 선임 일정…새 이사장 후보군도 눈에 띄지 않아

예년과 달리 새로운 이사장을 선임하기까지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도 최 이사장의 연임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이유로 꼽힌다.

보통 거래소의 이사장 선임 작업은 추천위 구성 후 2~3개월 정도가 걸렸다. 지난 2013년 최 이사장이 선임될 때도 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 시점보다 3개월 전인 6월에 모집 공고가 났었다. 그러나 이번 새 이사장 선임은 최 이사장의 임기 만료까지 1개월도 채 남지 않아 사실상 후보자 접수와 면접 등의 과정을 소화하기까지 남은 기간이 부족하다.

현 정부의 임기도 1년 4개월 정도에 불과해 3년 임기의 새 이사장을 선임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와 금융당국이 현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등 시급한 현안으로 인해 거래소의 새 이사장 선임에 신경을 쓸 만한 여유도 많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이사장 선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새로운 이사장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최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