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주력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1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8.02%)를 2343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은 종전 11.14%에서 19.16%로 늘어났다.

삼성생명은 이날 “이번 지분 매입은 삼성증권의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 SRA자산운용과의 협업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회사 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삼성 금융계열사는 이날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이 호재(好材)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각각 5.3%, 3.52%씩 올랐다.

다만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분의 변화

◆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분을 끌어올리는 삼성생명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삼성생명 역시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금융지주회사법(43조의2)을 충족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량 사들여 보유 지분을 71.9%까지 끌어올렸다. 삼성화재도 지분 1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삼성자산운용의 지분은 98.7% 보유하고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지만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고, 삼성화재 지분율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며 "회사는 공식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하다고 하고 있지만 준비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보고,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 19.16%를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 설립 조건을 충족하려면 삼성증권 자사주 지분(10.94%)을 더 사들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전체 지분이 30.1%가 되어 법률에서 정한 최소한의 지분 요건(상장사 30%)을 갖추게 된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을 14.98%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앞으로 삼성화재 자사주 15.93%를 매입하면 30.91%로 지분 보유율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삼성자산운용(98.7%)과 삼성카드(71.86%)를 포함해 삼성 금융 계열사 4개사 모두 법에서 정한 최소 지분 요건(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깃발

◆ 비금융계열사 지분 떨어뜨리는 것이 숙제…공정거래법도 개정돼야

다만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계열사들의 지분율을 5% 밑으로 떨어뜨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7% 가지고 있다. 호텔신라와 에스원 지분도 각각 8%, 6%로 5% 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이를 처분해야 하는데, 마땅히 받아줄만한 곳이 없다.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를 보유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려면 공정거래법도 개정돼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지난 19대 국회에는 이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끝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