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유연하면서도 접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구현돼도 구부러지고 유연한 터치패널 기술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터치 방식으로 문자를 입력하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려면 입력장치인 터치패널(터치스크린)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터치패널은 단단하면서도 잘 깨지기 때문에 플렉서블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어렵다.

국내 연구진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투명하면서도 신축성이 좋은 터치패널 제작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손가락으로 터치해 응용프로그램 구동이 가능한 둘둘 말리는 스마트폰이나 피부에 붙이는 웨어러블 기기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윤(사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온을 포함한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투명하면서도 신축성이 좋은 이온 기반 터치패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1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하이드로젤은 묵이나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고분자 물질이다. 고체처럼 형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액체와 같은 성질도 있어 신축성이 좋고 유연하다.

연구진은 이온을 포함하고 있는 하이드로젤의 네 모서리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늘어나는 터치패널을 개발했다. 터치패널은 표면 정전용량식 방식을 이용해 구동된다. 이는 터치패널의 각 모서리에 전달되는 전류의 양을 측정해 좌표로 환산하고 손가락이 닿은 위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연구진은 전자의 이동을 활용하는 기존의 터치패널 소재(전자회로,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자 대신 이온이 전도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정전직 터치패널을 제작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제작한 패널을 사람의 팔에 부착하고 컴퓨터와 연결한 뒤 그림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게임을 하는 등 여러 동작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사람의 팔에 파스처럼 패널을 붙이고 글씨를 쓰면 컴퓨터에 입력돼 모니터에 글자가 나타났다. 팔에 붙인 상태에서 꼭꼭 눌러 체스를 두는 게임도 할 수 있었다. 터치패널을 원래 면적의 10배로 늘렸을 때도 눌린 부분의 위치가 정확히 확인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터치패널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한 결과.

선 교수는 “이번 연구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다면 기존 소재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온 방식으로 전기 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플렉서블 소재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