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하 노트7)의 예약 판매량이 5일 만에 30만대를 돌파하며 흥행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트7의 예약 판매량은 지난 주말인 6~7일 20만대를 넘어선 이후에도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며 상반기에 출시된 갤럭시S7(이하 S7)의 2배에 육박했다. 대(大)화면에 필기용 전자펜이 달린 갤럭시노트7은 갤럭시S7의 하반기 후속작(後續作) 성격이 강한 데다 출고가가 S7보다 10만원 이상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 성과다.

삼성전자는 이런 열기를 실제 판매로 이어가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방식을 180도 뒤집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들고나왔다. 예약 판매 방식부터 어떤 색상을 먼저 내놓을 것인지까지 치밀하게 따져서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짠 것이다. 홍채(虹彩) 인식과 같은 신기술 채택과 하드웨어 성능을 꼼꼼하게 개선한 것도 흥행 요소로 분석된다.

가격 미리 알려 예약 판매량 급증

가장 큰 변화는 예약 판매 전에 출고가와 이동통신 3사의 구매 보조금을 공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보통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1주일간 예약 판매를 먼저 하고 나중에 출고가와 보조금을 공개해 왔지만 이번에는 통신업체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보조금 규모까지 공개한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보고 예약할 수 있게 되면서 예약 판매량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일단 예약했다가 가격이 나오면 철회해 버리는 노쇼(no show)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SK텔레콤 휴대폰 판매점에서 직원이 갤럭시노트7을 들어보이고 있다. 갤럭시노트7은 지난 6일부터 사전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노트7 예약 판매량 대부분이 실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예약 고객들에게는 삼성의 신제품 스마트밴드 사은품, 액정 파손 때 수리비 50% 지원과 같은 파격적 혜택을 준다.

삼성의 전략 변화에 따라 통신업체들도 예약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특정 신용카드로 단말기 할부금 결제 시 최대 48만원 할인(2년 약정 기준), 가상 저장 공간 36GB(기가바이트) 무료 제공, 메모리카드 증정 등 각종 혜택을 내걸고 노트7 예약을 받고 있다. S7 예약 당시엔 자체 판촉을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상반기 갤럭시S7의 열풍을 하반기에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라며 "노트7 예약 구매자는 통신업체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출시 제품 색깔까지 상식 파괴

스마트폰 색상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노트7의 국내 최초 출시 제품 색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검은색을 제외했다. 이달 19일 금색·은색·파랑을 먼저 출시한 뒤 검은색은 10월 내놓을 예정이다. 기본 색상을 먼저 선보이고, 제품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면 독특한 색상을 추가로 출시하던 기존 전략과 반대다. S7은 출시 4개월이 지난 7월 말 분홍색을 추가 출시했다. 검은색을 뒤로 미룬 것은 스마트폰 출시 초반에는 검은색보다 개성 있는 색상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시 직후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신제품과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며 "기본 색상보다는 개성 있는 색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트7의 초반 흥행이 전적으로 마케팅의 결과만은 아니다. IT(정보 기술)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성능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플레이다. 노트7은 작년에 나온 갤럭시노트5와 화면의 크기·해상도가 같지만, 최대 밝기를 21% 높여 야외에서도 화면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했다. 노트7은 미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평가 기관 디스플레이메이트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excellent) A'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