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LA 중심부의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6 LA' 행사장에서 만난 케이시(26)는 한복을 입고 셀카(셀프 카메라) 촬영에 정신이 없었다. 엄지와 검지로 '미니 하트'를 만들어 보인 그녀는 "7년 전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본 뒤 한국에서 유행하는 모든 것을 좋아하고 따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LA의 유명 공연장인 스테이플스센터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려는 줄이 100m 이상 늘어서 있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온 니콜(18)과 샘(21)은 새벽 5시부터 캠핑 의자를 놓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팬이라는 이들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어젯밤부터 기다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니콜과 샘은 800달러(약 89만원)짜리 VIP 패키지 티켓을 갖고 있었다.

올해로 출범 5년째를 맞은‘케이콘(KCON)’은 글로벌 시장에 한류(韓流)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지난 30일 미국 LA에서 열린‘K팝(pop) 커버 댄스’강좌에 참여한 수백 명의 현지 젊은이가 걸그룹‘트와이스’의 노래에 맞춰 대규모 군무(群舞)를 추고 있다.

케이콘은 CJ그룹이 주최해 해외에 한류(韓流) 문화를 전파하는 행사이다. 콘(CON)은 콘서트(concert)와 국내외 기업들의 전시회(convention)가 융합돼 한국 문화 콘텐츠(contents)를 종합 체험한다는 의미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LA 케이콘은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열려 총 7만6000여명이 참석했다. '방탄소년단' '블락비' 등 아이돌 그룹이 대거 출연한 콘서트 티켓 2만4000장은 금세 동났다.

올해 케이콘 행사에서는 콘서트 외에 음식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렸다. 컨벤션센터에서 잡채밥을 먹던 올가(20)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떡볶이·김밥은 평소 자주 먹어 이번엔 못 먹어본 메뉴를 골랐다"고 말했다. 360도 가상현실(VR) 체험관도 인기였다. 쿠바에서 온 에일린(34)은 VR로 만든 '석굴암 걷기 체험'을 하더니 "진짜 한국 여행을 한 것 같다"고 했고, 딸 라이언(13)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가상 이미지와 함께 찍은 합성 사진을 받아 들고서 보물인양 기뻐했다.

‘케이콘LA’행사장에 마련된‘비비고 쿠킹 클래스’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직접 만든 불고기 비빔밥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 기업은 총 254개였다. 2012년 58개와 비교하면 5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에서 한류가 확산하면서 KCON이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전용 부스 'K 뷰티 블록'에는 수천 명이 몰렸다. 한국식 메이크업을 따라 하려는 현지 참가자들은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바르는 반짝이 섀도가 있느냐", "송혜교 쿠션 파운데이션이 어떤 거냐"며 구체적인 제품을 요구했다.

CJ는 "지난해 미국 LA와 일본 등에서 세 차례 케이콘을 열어 관람객 9만명에 5500억원 정도의 경제효과를 냈다"면서 "올해는 케이콘 전체 참가자 수가 20만명 정도로 예상되고,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1조원을 넘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현준 CJ 부사장은 "한국식 라이프스타일이 전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 생활화되는 '한류 4.0' 시대를 앞당기는 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