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년여 만에 다시 8조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한국 대표 기업의 저력(底力)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작년 2분기에 비해 각각 3.01%, 17.39% 증가했다. 영업이익 8조원을 넘은 것은 2014년 1분기(8조4900억원) 이후 9분기 만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여름 스마트폰 '갤럭시S4'의 인기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는 호황을 누렸지만, 후속 모델의 부진으로 1년 만에 실적이 반 토막(4조600억원)나면서 '스마트폰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2분기 호(好)실적을 이끈 일등 공신은 스마트폰 '갤럭시S7'이었다. 올 3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2600만대다. 최고 히트작이었던 갤럭시S4 이후 최다 판매량이다. 특히 양 측면이 휘어진 고가(高價) '엣지(edge)' 모델의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작년 갤럭시S6 출시 당시에는 수요 예측을 잘못해 '엣지를 달라'는 시장의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공급이 달려 손해를 봤다. 올해는 엣지 물량을 충분히 준비했고 두 번째 엣지 모델인 만큼 제작 노하우가 축적돼 생산 비용도 절감됐다. 실제로 작년 스마트폰(IM)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2분기 평균 15%대로 올라섰다. 더불어 모델 수가 50여종이나 될 만큼 제각각이었던 중저가(中低價) 스마트폰 라인업을 갤럭시A·J·E 등으로 간소화한 것도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부문의 영업이익이 4조4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수익 구조가 안정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3년 전 영업이익 10조원을 낼 때는 스마트폰 부문과 타(他)부문의 비중이 7대3일 만큼 수익 구조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번 분기엔 5대5 정도로 균형을 이뤘다. 스마트폰도 잘 팔렸지만 반도체와 가전 등도 안정적으로 받쳐줬다는 뜻이다.

가전 부문은 다음 달 개막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덕을 톡톡히 봤다. 주력 상품인 SUHD (초고화질) TV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 호조를 보였고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무풍(無風)에어컨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반도체 역시 삼성이 유일하게 양산(量産) 중인 'V낸드' 메모리의 선전(善戰) 등에 힘입어 2조원대 중반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타사 제품이 1층짜리 단층 건물이라면 V낸드는 고층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저장 공간을 늘린 혁신 제품이다. 1분기 체면을 구겼던 디스플레이 부문도 흑자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7조원대 중반 이상의 안정적인 분기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올 9월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7'과 경쟁을 해야 하지만 '갤럭시노트7'을 다음 달 조기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것이 삼성의 전략이다. 다른 부문도 3분기 리우올림픽과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를 맞아 호조세가 예상된다. 다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이 변수(變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렉시트 여파로 주요 국가의 리더십이 바뀌는 등 시장의 불투명성이 높아져 성급하게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