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내수·수출 물량이 최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던 막걸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다양한 신제품으로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고, 수출 시장에서는 판로 다각화를 이룬 것이다.
막걸리 판매는 확연히 늘고 있다. 롯데마트의 막걸리 매출 증가율은 2013년 -13.3%를 기록한 뒤부터 감소 폭이 점점 줄더니 올해 4월에는 22.2%를 기록하며 성장세로 돌아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4월에 전통적인 막걸리가 아닌 탄산 막걸리, 과일 막걸리 등이 많이 팔려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던 막걸리 매출이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수출도 증가 추세다. 국순당의 막걸리 수출은 2013년에는 전년보다 4.2% 줄었지만, 2014년부터는 다시 반등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전년보다 16.2% 늘어났다.
◇바나나 맛 새 제품으로 젊은 층 공략
국내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맛과 향을 입힌 막걸리가 인기다. 국순당이 지난 4월 출시한 '쌀 바나나'는 한 달 만에 220만병이 팔렸다. 국순당이 서울 신촌에서 운영하는 주점 '미스터 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소주 제품은 전달에 비해 9.1~28.6%씩 줄어든 반면 쌀바나나 판매량은 88.6% 늘었다.
배상면주가는 작년 5월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진하고 묵직한 기존 막걸리보다 목 넘김이 쉬운 '느린마을 막걸리 라이트'를 내놓았다. 올 들어 이 막걸리의 월평균 매출은 작년의 약 두 배다.
이 같은 새 제품은 특히 막걸리의 주력 소비층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2014년 26.4%였던 20~30대 소비자의 막걸리 구매 비중은 작년 27.4%, 올해 1~5월 31.2%로 높아졌다.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일본에 목매던 막걸리 수출 다변화
일본에 집중됐던 막걸리 수출은 다른 나라로 판로가 넓어지고 있다.
막걸리 수출이 최고치를 찍었던 2011년 한국 수출 막걸리의 90%는 일본으로 갔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 열풍이 주춤하고 한·일 외교 관계가 냉각되자 막걸리 일본 수출은 급감했다. 작년엔 최절정기의 5분의 1 수준인 7577t으로 떨어졌다.
일본에 의존하다가 당황한 업체들은 '현지화'를 통해 수출선 다양화로 전략을 바꿨다. 국순당은 막걸리에 청포도·자몽 등의 과즙을 넣고 탄산을 살린 '아이싱'의 수출 국가를 2013년 16개국에서 현재 25개국으로 늘렸다.
중소 업체도 수출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도 막걸리 업체 모임인 대농바이오영농조합법인은 한국의 '산양삼'에서 추출한 사포닌이 들어 있는 막걸리를 4월 미국 LA와 시카고에 10만달러어치(40t)를 수출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필리핀·태국 등 7개국에 수출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가평 지역 막걸리 업체인 우리술은 올해 초 중국에 '제주감귤막걸리'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 수출만 전성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을 뿐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은 늘고 있다. 중국 수출은 2011년 1306t에서 작년 2230t으로 약 70% 늘었다. 같은 기간 막걸리의 홍콩 수출은 11배, 싱가포르 수출은 3배, 캄보디아 수출은 10배 증가했다.
명욱 전통주갤러리 부관장은 "2010년대 초반 높았던 막걸리 인기가 꺾인 것은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해외에서는 한류에 기댄 일본 수출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업계 전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제품과 판로 다양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