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재 수입에서 韓 비중 2000년 6.4%에서 2014년 4.0%로 계속 줄어"
"비교우위 지킬 수 있는 제품 발굴해야…문화적 컨텐츠 적극 활용해야"
중국이 수출에서 소비로 성장의 동력을 옮기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을 '소비 시장'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생산 기지'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잠재력이 큰 중국 내수 시장에 파고 들지 못한 채 중국에 공장을 세워 생산 기지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LG경제연구원은 21일 '중국의 감속성장이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중국 감속(減速) 성장의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이유는 한국은 중국을 여전히 생산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데, 소비재 시장에서는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올해 초 7% 이상 고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시대를 마감하고 6%대 중속 성장을 뜻하는 '바오류'(保六)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 선언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1990년 3.8%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2014년 성장률은 7.3%였다.
보고서는 "우리가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충격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대(對)중 수출이 중국의 내수보다는 수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는데 따른 충격은 크게 받으면서 내수시장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수혜는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중 가공무역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30% 가량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중국의 전체 중간재 수입 중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1990년 7.2%에서 2010년 25.7%로 빠르게 증가했다. 자본재 비중 역시 1990년 1.3%에서 2010년 15.6%로 늘었다.
반면 중국의 전체 소비재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6.2%, 2000년 6.4%에서 2010년 5.1%, 2014년 4.0%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기업은 물론 중국, 대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 휴대폰은 중국 시장에서 2013년 19.7%로 최고 점유율(수량 기준)을 기록한 뒤 2014년 13.8%, 2015년(3분기 기준) 7.2%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1년 이후 중국 시장에서 6%대를 유지하던 현대차의 점유율도 2015년에는 5%대로 떨어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기업 제품들이 다른 해외 시장과 달리 중국에서는 별다른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채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휴대폰,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제 한국은 중국과 산업 전체의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됐다"며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킬 수 있는 개별 제품들을 많이 발굴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점 이점과 한류(韓流) 등 문화적 컨텐츠를 적극 활용해 중국 소비재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의 성장 저하가 두려운 이유로 이것이 사실상 전 세계 제조업 수요 및 교역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채위기를 겪은 선진국이 과거처럼 수요를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내수 여력이 적은 개도국이 수요를 주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결국 그동안 대부분의 경기상승 흐름이 수출에 의해 주도됐던 우리 경제는 단기간 내에 회복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