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와 BC카드가 채무면제·유예상품(DCDS·Debt Cancellation & Debt Suspension) 신규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 또 우리카드는 상품 출시를 미루기로 했다.

DCDS는 신용카드 회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회원의 사망, 입원, 특정 사고 등이 발생하면 카드이용금액 중 미결제금액을 면제,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DCDS는 텔레마케팅(TM)을 통해 상담사들이 수수료가 없는 것 처럼 소개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빠르게 설명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잦았다.

소비자원이 최근 4년간(2012~2015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채무면제·유예상품 관련 소비자 상담 544건을 분석한 결과 ‘불완전판매 관련 불만’이 431건(79.3%)에 달했다.

카드사들의 DCDS 판매 중단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차례로 DCDS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조선일보DB

◆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감독강화 발표... 카드사 타격 예상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와 BC카드는 오는 7월부터 DCDS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DCDS 출시를 검토 중이었던 우리카드는 판매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우리카드는 8개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DCDS를 판매하지 않았던 업체다.

판매 중단은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DCD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많다는 이유로 감독을 강화해왔다.
지난 5월 금감원은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방안 이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카드사들이 DCDS 기존 가입자에게는 3개월 연속으로 수수료율, 수수료 금액을 SMS로 통지하고 6개월마다 우편물(DM)로 안내토록 했다. 신규 가입 고객에는 매월 수수료율, 수수료 금액을 SMS로 알리는 것을 의무화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카드사들이 수익성 문제로 이 사안에 대해 크게 반발했었다"고 밝혔다.

MOU 체결 후 한달만에 업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밝힐 수는 없으나 MOU 이후 현재까지 카드사들의 하루 평균 DCDS 신규 계약 건수는 이전보다 90%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DCDS 관련 감독이 워낙 강화돼 현업에서 향후 관련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DCDS는 카드사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서비스”라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고객 만족을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여전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여전사의 설명 의무 대상과 이행의 구체적 확인 방법을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제도적으로 DCDS 등 카드사의 유료 서비스들의 불완전판매를 적극 제재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 카드사가 낮은 비용으로 쏠쏠한 수익 올릴 수 있었던 상품

DCDS는 카드사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항목이다. DCDS는 일종의 단체 보험이다. 카드사는 회원이 낸 수수료(카드 대금의 0.35% 내외)의 일부를 보험료로 보험사에 납부한다. 회원의 사고, 입원, 사망 등으로 보상을 지급할 경우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지급해야하는 보상금이 크더라도 카드사가 타격을 입지 않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삼성·신한 등 7개 카드사는 최근 5년(2011~2015년)간 채무면제·유예상품 판매로 약 903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금감원 점검 결과 DCDS로 카드사가 얻는 영업이익 평균은 수수료 수입의 약 61%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산해보면 카드사들이 DCDS로 5년 동안 5500억원, 연 평균으로는 약 11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냈었다”면서 “감독이 강화되면 카드업계 수익이 1000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감독 규정이 강화된 DCDS는 이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서비스가 됐다”면서 “이미 판매된 상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지를 하게 된다면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DCDS 사업을 유지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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