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투싼을 구매한 A씨는 얼마 전 안개가 짙게 내린 고속도로를 달리다 크게 당황했습니다. 시야 확보와 차선 확인을 위해 안개등을 켜려고 했지만, 점등 스위치를 끝내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한 A씨는 투싼 기본형 모델(약 2300만원)엔 안개등이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A씨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안개등이 없다는 사실을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판매사원의 답변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럴 리가 있느냐"고 되묻던 판매사원이 "확인해 보니 투싼 기본형엔 안개등이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대답한 것이죠. A씨는 "안개등은 안전과 직결되는 장치이므로 기본형에도 당연히 장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의 중형급 이하 자동차 기본형 모델 중에 안개등이 장착되지 않는 차종이 적지 않습니다. 준중형 세단 아반떼와 중형 해치백 i40도 안개등이 옵션 품목입니다. 투싼의 경우, 기본형보다 200만원 안팎 비싼 '모던형'부터 안개등을 기본 장착하고 있습니다. 안개등을 사용하려면 추가로 200만원 이상을 들여 스마트 키, 크루즈 컨트롤 등의 옵션까지 포함된 상위 모델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합니다.
안개등 없는 차를 파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폭우 등 이상 기후가 잦아지면서, 안개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요즘은 램프 기술이 발달해 안개등은 디자인적 요소로만 중요하다"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도 안개등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현대차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옵션 끼워 팔기를 통해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한 전력이 많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안개등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개등까지 끼워 팔기를 하는 것은 지나친 상술(商術)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