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62)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회사 적자와 부실회계 논란에 대해 “회계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 회계처리는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며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고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가 제기한 소송 재판부에 “회계 처리는 산업은행 감독 하에 이뤄졌다”는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430여명은 작년 9월부터 올 4월 말까지 고 전 사장,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240억8000만원의 손해를 물어내라”며 집단 소송 5건을 제기했다. 개인주주 2명도 각자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총 1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고 전 사장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대우조선해양을 책임졌다.

그는 손해배상 소송 준비서면에서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고 전 사장은 “수조원의 대규모 손실을 회계상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계 수치 수정·변경·조작 등을 지시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회계처리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엄격한 감사를 받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산업은행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 감독하에 이뤄져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회계연도 당시 회사의 대규모 손실에 대해선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규모 손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고 전 사장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조 단위의 대규모 손실이 난 것은 사업 참여를 결정할 때는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라며 “사업 고유 특성으로 총 공사예정원가를 정확히 산정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달 8일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고 전 사장과 그의 전임자인 남상태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출국금지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은 작년 7월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2분기 3조399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을 그동안 반영하지 않았고, 이를 2분기 실적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3월 결산 관련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2조원대 회계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2조4000억원의 손실을 2013년과 2014년 실적에 뒤늦게 반영해 흑자를 적자로 바꿨다. 회사는 2013년 영업손익을 4409억원 흑자에서 7784억원 적자로, 2014년 영업손익은 4711억원 흑자에서 7429억원 적자로 수정했다.

올 3월 29일에는 ‘기공시 사항 기재 오류 정정’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의 전년대비 증감이 -4조4020억원이 아닌 -4482억원이라고 정정공시하는 실수도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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