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결혼을 앞둔 회사원 송모(33)씨는 최근 예비신부와 함께 대출 상황을 점검하다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 주식 투자를 위해 만들었던 최대 한도 8000만원의 마이너스 대출 통장이 화근이었다. 5000만원가량을 빼내 쓴 송씨는 이후 돈이 생겨도 갚지 않고 수익률이 괜찮다는 펀드와 적금에 덜컥 가입했다. 또 작년 말에는 "연말정산 혜택을 보려면 꼭 가입하라"는 친구 애기를 듣고 IRP(개인형퇴직연금) 상품에도 300만원을 넣었다. 빚을 낸 돈으로 적금과 연금을 넣은 셈이다.

요즘 결혼 적령기인 20~30대 직장인 중에는 송씨처럼 무턱대고 빚을 내 '생각 없는 재테크'를 하다 감당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입사 후 한동안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면 이제 차를 사야 하고, 몇 년 더 흘러 결혼을 앞두고 부모님 도움 없이 아파트 한 채 전세금이라도 마련하려면 빚 없인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데 돈을 쓰면서도 남들처럼 부동산·주식 재테크를 하려고 해도 빚을 낸다. 주식·채권 등을 담보로 하는 예탁증권 담보 대출 잔액은 6월 현재 12조2360억원으로, 2012년 말에 비해 71.6%나 늘었다.

빚을 줄이는 재테크, 빚을 내서 하는 재테크를 동시에 뜻하는 '빚테크'에도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이 원칙들을 잊고 생각 없이 빚테크를 하다보면 본인도 모르는 새 갚기 힘든 '나쁜 빚'만 잔뜩 불어나 있을 수 있다는 경고다. 새내기 직장인들의 '빚테크' 방법을 7개의 질문으로 풀어봤다.

1 대출받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할까

빚을 내기 전에 '개인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너무나 기초적이고 당연하지만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첫 번째 원칙이다. 은행 계좌, 증권사 계좌 등에 분산돼 있는 본인의 유동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야 대출 규모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 대출 현황, 예금, 보험 등을 놓고 자산과 부채를 구분해야 한다. 주택청약예금을 깨서 고금리 대출 이자를 갚는 것이 빚테크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시중에는 간편한 스마트폰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도 나와 있고, 엑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 번만 정리해둬도 추후 업데이트하기 편하다.

2 대출은 얼마나 받는 게 좋을까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면 자신의 소득에 비해 대출 규모가 적정한지를 따져야 한다. 통상 총부채는 자기 재산의 40%, 주택 관련 부채는 3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주택담보대출 부채의 적정선은 연 소득의 1.5배 이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가급적 7500만원을 넘진 않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용대출 등 소비성 대출은 소득의 20% 이하여야 큰 부담이 안 된다.

3 무조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까

빚테크의 목적을 확실히 세우고 필요한 액수를 계산했다면 어디서 어떻게 대출을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과거엔 신용등급이 좋으면 은행, 나쁘면 저축은행을 찾았다. 그렇지만 최근엔 보험사 대출 등도 선택할 수 있다.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과 금리 차이가 없으면서 중도 상환 수수료도 면제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한눈에' 사이트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개인신용대출, 주택금융공사대출 상품 정보를 자신의 조건에 맞춰 검색할 수 있다.

4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

금리 인상기인데 대출 기간이 길다면 고정금리 상품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리가 내려갈 때는 그 반대로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어떤 상품이 본인에게 유리할지 금리를 기준으로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도 금융사별 금리를 늘 주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5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해도 될까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했는데 증시가 하락장에 접어들며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위험은 늘 존재한다. 적절한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금리를 감안할 때 레버리지를 얼마나 늘릴지, 투자처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 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환율 등도 주시해야 한다.

6 빚을 갚는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

빚 갚는 순서를 잘 정하는 것도 빚테크의 기본이다. 금리가 높은 것부터 하나하나 갚아나가되, 금리가 같다면 대출 금액이 가장 적은 것, 대출 기한 만기가 가장 빠른 것 순으로 갚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사채, 현금서비스, 제2금융권 신용대출, 카드론, 제1금융권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순으로 갚는다. 다만 연체가 오래된 대출을 비롯해 개인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빚은 예·적금을 깨서라도 최우선순위로 갚는 것이 좋다.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것도 빚테크의 기본이다.

7 빚은 빨리 갚아야 할까

기본적으로 빚은 가급적 빨리 갚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목돈이 필요할지 모르는데 수입을 빚을 갚는 데만 쓴다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달 부채 상환액은 월 순소득의 40% 이하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