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1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애플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애플의 최대 매출원인 아이폰의 성장세는 지난해 말을 정점으로 꺾였다.
애플은 지난 몇 년간 음원 스트리밍 업체, 증강현실(AR) 서비스 업체 등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에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고, 종합 미디어기업 타임워너(Time Warner)에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애플이 미디어기업 인수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 “애플, 타임워너에 인수 제의…자체 콘텐츠 제작 나설 수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에디 큐(Eddy Cue) 애플 수석 부사장이 지난해말 올라프 올라프슨(Olaf Olafsson) 타임워너 기업 전략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타임워너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에디 큐는 애플에서 아이튠즈 스토어,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을 담당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두 사람은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 본사에서 만나 타임워너 인수 건뿐 아니라 향후 애플이 구축할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타임워너의 케이블방송 채널을 포함하는 계획도 논의했다.
소식통은 “애플의 타임 워너 인수 논의는 초기 단계에서 더 나가지 않았다”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뷰크스 타임워너 CEO는 이 논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과 타임워너 모두 이번 인수협상과 관련해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 13년 만에 ‘역성장’ 애플, 차량공유·증강현실 등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해 사업 다각화 나서
애플은 이번 타임워너 인수 추진 말고도 스마트폰을 대신할 신성장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몇년간 꾸준히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애플은 이달 13일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10억 달러(약 1조1735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디디추싱 사용자가 3억명, 기업 가치는 260억 달러(약 3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는 애플의 단일 지분 투자(인수·합병 제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 스마트폰 외에 서비스 분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1년 전인 2015년 5월 독일 AR 전문업체 메타이오(Metaio)를 인수하며 AR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메타이오는 2003년 독일 유명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Volkswagen)에서 분사한 AR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현실 세계 표면을 가상의 터치 스크린으로 만드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을 제작한다.
애플은 또 2014년 5월 미국 고급 헤드폰 제조사이자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 달러(약 3조 630억원)에 인수했다. 포티파이, 판도라 미디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애플 아이튠즈의 지위가 흔들리는 걸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음악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올해 1분기(회계연도 기준 2분기)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87억원)의 매출액과 105억2000만달러(약 12조9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22.8% 감소했다. 애플의 분기 매출액이 2003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애플은 1분기 총 512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6110만대보다 1000만대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는 사상 최대인 748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아이폰 분기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팟·아이폰과 같은 혁신 제품을 더 이상 내놓지 못하는 애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애플이 ‘눈독’ 들인 타임워너, CNN·HBO·워너브러더스 등 거느린 거대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는 미국 뉴스 채널 CNN, 영화 전문 채널 HBO, 영화제작사 워너브러더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600억 달러(약 71조원)에 달한다. 타임워너는 지난해 매출액 281억 달러, 순이익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FT는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타임워너에 인수를 제안한 것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애플TV와 연계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디즈니, 21세기 폭스, CBS 등과 잇따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애플에 정통한 관계자는 FT에 “애플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사용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면서 “미디어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