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회사다.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도 생산한다. 이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위탁생산, 이른바 '파운드리(Foundry)' 사업도 한다. 공장이 없는 퀄컴, 애플 등 팹리스(Fabless)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준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윤종식 부사장(왼쪽)과 서병훈 전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이끄는 곳은 '글로벌 리더십 팀'이다.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팀장을 맡은 윤종식 부사장, 파운드리 마케팅 담당인 서병훈 전무, 파운드리 디자인 서비스를 이끄는 박재홍 전무, 패키지 개발팀의 강사윤 전무 등 4명의 임원이 핵심 멤버다. 이들은 미국 명문대인 UCLA(윤종식 부사장), 카네기멜런(서병훈 전무), 텍사스대(박재홍 전무) 등을 졸업한 글로벌 재원으로 꼽힌다.

조선비즈는 26일 이 팀이 삼성전자 블로그에 남긴 발언을 종합해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사업과 파운드리 업황을 전망해봤다.

◆ 삼성전자가 본 파운드리 시장 “일부만 살아남게 될 것”

윤 부사장은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도체 공정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파운드리 업체 수가 줄고 있다고 했다. 윤 부사장은 "130나노 공정으로 경쟁하던 시절에는 20여개 이상의 회사들이 있었다"며 "16나노, 14나노 공정에 도달한 현재 주요 회사는 4개 뿐이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면서 시설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14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경쟁사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회사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의미다.

윤 부사장은 "반도체를 이루는 실리콘 기술이 실생활에 더욱 밀접하게 진화하고 있어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기기들과 같은 새로운 이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제품군이 떠오르고, 이들 기기가 수집하는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 건강 정보를 수집하는 바이오 프로세서, 자유주행차 모두 반도체 기술 없이는 구현할 수 없다.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 ‘7나노 개발·노후 설비 활용·생태계 지원 강화’

삼성전자는 올해 7나노 공정 개발을 구체화했다. 현재 대세 기술인 14나노보다 미세한 선폭이다. 서병훈 전무는 "1세대 LPE(Low Power Early)에서 소비전력을 더 줄인 2세대 LPP(Low Power Plus) 기술을 적용한 7나노 공정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로부터 1대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를 도입하면 공정 수를 줄여 제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적인 비용을 낮추고 제조상 어려운 점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기존의 멀티패터닝 작업을 EUV로 대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UV는 반도체 생산 공정 가운데 가장 예민한 부분으로 꼽히는 노광(露光)에 쓰이는 장비다. 장비 한대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한다. EUV는 전자기파를 반도체 원판에 쏘아 회로 패턴을 그려 넣는다. 삼성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전까지 회로 패턴을 두 번 또는 세 번에 나눠 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법을 써왔다. 그러나 7나노대에선 선폭이 너무 좁아 멀티 패터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EUV를 통해 그린 회로 그림(아래)이 더욱 선명하다.

서 전무는 2세대 10나노 공정인 10LPP가 올해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2세대 10LPP의 데이터 처리속도는 1세대 10LPE보다 10% 빠르다. 또 14나노에서는 3세대인 14LPC 공정이 나오게 된다. 이는 LPP보다 비용(cost)을 더 줄였다는 의미에서 'LPC'로 불린다. 서 전무는 "디자인이나 성능을 희생하지 않고도 제조 비용을 절감했다"며 "14나노 공정은 일반 마이크로프로세서 외에도 무선주파수(RF), 네트워크 서버, 자동차 분야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화된 설비의 활용이 많아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 전무는 "2000년대 초반 많이 쓰였던 8인치(200mm) 팹의 경우, 180나노부터 65나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개방하고 있다"며 "이플래시(eFlash)를 비롯해 전력 반도체, 이미지센서, 고압 공정(high voltage processes) 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팹리스들의 순조로운 제품 설계를 돕기 위해 내부 IP(설계 자산)도 개방하고 있다. 박재홍 전무는 "네트워크 서버 고객사를 위해서는 28기가 SERDES(병렬-직렬 송신회로)를, 모바일 고객사를 위해서는 USB(휴대 저장장치), HDMI(고화질 영상 전송단자), LPDDR4(모바일 D램) IP를 제공하고 있다"며 "대부분 IP는 상품화 단계를 거친 제품들이라서 고객사들이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데 위험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윤 전무는 "30년간 축적한 패키징 기술이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에 힘을 더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패키징이란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를 잘라 칩을 만들고 전기 연결을 한 뒤 외부 충격에 견디도록 밀봉 포장하는 과정이다. 강 전무는 "기능성 패키지 기판인 2.5D 인터포저(Interposer)와 웨어러블 제품에 적합한 초박형 폼팩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