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저녁 중국 상하이 팍슨-뉴코아몰. 한국 유통기업인 이랜드가 운영하는 한식 뷔페 '자연별곡'은 좌석 190개가 꽉 들어차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는 20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태영 점장은 "1인당 가격이 140위안(약 2만5000원)으로, 현지 젊은이들의 월급(약 100만원)을 감안하면 싸지 않지만 늘 이렇게 만석"이라며 "처음에는 한국 음식이 통할까 걱정했지만,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졌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중국 내 자연별곡 매장을 현재 2개에서 올해 10개로 늘리고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200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중국 내수(內需)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기여하는 비율이 2012년 56.5%에서 지난해 66.4%로 치솟았다. 내수 척도인 소매 판매액도 최근 3년간 매년 10% 이상 급증세다. GDP 성장률은 '바오치(保七·7%대 성장)'가 무너지고 '바오류(保六·6%대 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소비는 폭발적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장위옌(張宇燕) 소장은 "제조업 중심이었던 중국의 산업은 이미 GDP의 50%를 넘어선 소비·서비스와 기술 혁신 관련 업종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는 제조업과 수출의 두 바퀴에 의지해 굴러갔다. 우리 경제도 중간재 중심의 대중(對中) 수출이 핵심 성장 엔진이었다. 실제 대중 수출에서 원·부자재 비중이 80%에 육박할 만큼 높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국 내수 시장을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제2 차이나 드림'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처럼 중국 내수를 장악한 기업들이 실적과 주가(株價)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5조6612억원)의 30% 가까운 1조6000억원이 중국 관련 매출로 추산된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액(2조3800억원)의 절반 이상(1조3300여억원)을 중국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의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은 현재 중국 내 수입 시장에서 10.9%를 차지하는 1위 국가다. 하지만 옷·화장품 등 소비재만 놓고 보면 5위에 그친다. 또 한국의 대중 수출 전체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5년째 5%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 100원어치를 중국으로 수출할 때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소비재는 5원어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인구 5000만명의 좁은 국내 내수 시장만 갖고는 성장의 한계가 불가피하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제 막 소비에 눈뜨는 수억명의 중국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면서 "중국 내수 공략은 이제 더 늦출 수 없는 화급한 과제이며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제2의 아모레'를 만드는 데 총력전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