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아기를 키우는 이모(27)씨는 최근 아기용 세제와 향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옥시 사태로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 천연 세제 만드는 법을 알아낸 뒤, 마트에서 베이킹소다와 식초 등을 구매했다. 이씨는 "옥시 사태를 보니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하는 화학제품들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됐다"며 "화학물질은 나중에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천연 제품을 직접 만들어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화학생활용품 대신 직접 천연 세제 등을 만들어 사용하는 '노케미(No-Chemistry)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4월 18일부터 한 달 동안 매출을 조사한 결과, 화학 성분을 첨가한 생활용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18일은 롯데마트가 업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한 날이다.
섬유유연제는 매출이 16% 줄었고, 표백제는 42.9% 급감했다. 방향·탈취제도 30.1% 떨어졌고, 제습제(-48%), 세탁 세제(-17.9%), 방충제(-5.5%) 등도 판매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옥시 사태로 인해 처음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던 다른 업체들의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며 "화학생활용품 시장 전체가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 직접 세제나 섬유유연제로 제조할 수 있는 천연 재료들의 매출이 급증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4월 1 5일부터 5월 15일까지 소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식초는 69%, 베이킹소다·구연산은 23% 증가했다. 밀가루(18%), 통숯(25%), 염화칼슘(16%) 등도 판매가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옥시 사태가 적어도 올 한 해까지는 계속 이슈화될 것으로 본다"며 "이 때문에 화학생활용품을 만드는 업체들의 올해 실적은 예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입력 2016.05.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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