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잠실에 세계 최고 수준의 MICE(회의·전시·컨벤션)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참여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협회의 구조조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잠실지구 MICE 개발 참여 및 무역협회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김인호 회장은 “2002년 이후 서울에 전시장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고 있다. 대형 전시장 부재로 글로벌 전시회나 해외 바이어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국은 최근 10만㎡ 이상 전시장을 다수 확보하며 세계 전시회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며 “세계 무역 9위라는 한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전시컨벤션 인프라 시설 확대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삼성동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에 10만㎡ 이상의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는 코엑스(4만7000㎡)의 두 배가 넘는 크기다. 무역협회는 민간사업자로 잠실지구 내 MICE 인프라 건립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 잠실지구 마스터플랜.

무역협회는 연말까지 내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무역협회는 MICE 전문기업화를 목표로 자회사인 코엑스와 코엑스몰 등은 임대기능을 외부에 위탁하기로 했다. 한국도심공항 역시 임대 사업을 외부 위탁하고 도심공항·운수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인호 회장은 “잠실지구의 대규모 MICE 단지 조성, 현대차그룹의 GBC 건립 등 향후 무역센터 주변의 급격한 환경변화가 예상된다”며 “비고유사업은 전문위탁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년 말까지 구조개선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위탁기업은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선정하고 기존 임차업체들의 계약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현재 코엑스몰에 대해서 전문 컨설팅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유통기업 선점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현재 인력은 최대한 고용승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임차인 계약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박영배 코엑스몰 사장은 “유통환경은 급변하는데 현재의 운영방식으로는 능동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유통전문 업체에 위탁을 하면 능동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협회의 구조조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인호 회장은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정부나 업계의 수출진흥노력이 획기적인 결과를 가져오기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시대 흐름에 맞춰 우리 산업 경쟁력을 새롭게 갖춰야 한다”고 업계의 혁신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근본적 변화가 오고 있는데 이 물결을 못타면 수출 부진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가 제공할 수 없는,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며 “기업의 창의성, 정부의 대응력,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인호 회장은 오는 9월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대해 “우리 사회가 깨끗하게 돼야 한다는 명제는 변함없고 법의 취지도 좋다. 하지만 잘못 시행되면 부작용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과거 미국에서 시행했던 금주법도 이상은 좋았지만, 마피아만 좋은 시절 누리고 술 먹을 사람은 다 먹고 다녔다"며 "결과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좋고 힘 있는 사람들은 다 술을 마시고,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고 힘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 규모 이상 식사하는 문제까지 정부가 법적 규제를 가할 경우, 행정력이 미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고 실제 확인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 중에 일부만 처벌받아 억울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많은 토론을 거쳐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