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조민열(26)씨는 올 초 PC와 스마트폰에 광고 차단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 앱을 깔면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Youtube) 동영상 등 공짜 콘텐츠를 볼 때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조씨는 "짜증 나는 광고를 안 봐 좋고, 스마트폰의 데이터와 배터리도 아낄 수 있어 1석2조"라고 했다.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사이트의 광고를 제거하는 일명 '애드블록' 앱이 확산되고 있다. 광고 제거 앱은 익스플로러·크롬·사파리와 같은 인터넷 브라우저(접속 프로그램)와 연결, 포털 웹페이지의 광고는 물론이고 유튜브 같은 무료 동영상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볼 때 나오는 시작 광고와 중간 광고까지 없애 준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눈에 거슬리는 광고를 보지 않아 편리하지만,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콘텐츠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귀찮은 광고 안 보고 데이터·배터리도 절약

전 세계적으로 광고 제거 앱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마케팅 업체 어도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광고 제거 앱 이용자 수는 올해 3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말 엔 2억명을 돌파했다. 매년 이용자 수가 40%씩 늘어나는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17년 말엔 6억명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럽의 광고 차단 앱 사용자 비율이 높다. 그리스 37%, 독일 25%, 영국 20%에 달한다. 미국은 16% 정도가 광고 차단 앱을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급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용자의 입장에선 눈에 거슬리는 광고 없이 동영상이나 뉴스를 공짜로 즐길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독자의 구독료보다 광고에 기반한 공짜 서비스 모델을 추구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인터넷 동영상과 뉴스 사이트는 광고로 넘쳐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미국 내 모바일 뉴스 사이트 50개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이들 사이트 중 절반이 기사 데이터보다 광고 데이터양이 더 많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광고를 보기 위해 써야 하는 데이터 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이 비싼 유럽에서는 이를 아끼려고 광고 차단 앱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광고를 차단하면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를 아끼는 효과도 있다. 미국 남가주 대학 연구에 따르면 모바일 광고로 인해 스마트폰의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은 평균 16% 줄어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광고 차단 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 갤럭시폰에 광고 제거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에이서스(ASUS)는 신제품에 아예 광고 제거 앱을 탑재해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고 제거 앱 때문에 올해 47조원 손실

국내에선 아직 광고 제거 앱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2%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이 비율이 5%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 인한 손실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한 모바일 광고 업체 대표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모바일 포털 등이 광고에 의존한 무료 서비스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광고 차단 앱의 확산은 생태계를 죽이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도비는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200억달러(23조5000억원)가 넘는 광고비가 이 광고 차단 앱 때문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이 액수가 400억달러(47조원)가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광고 차단 앱으로 인한 광고 매출 영향은 크지 않지만, 추세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사들과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아예 광고 차단 앱을 켜놓은 이용자들의 자사 콘텐츠 이용을 막고 있다. 뉴욕타임스, 포브스 등 미국 일부 뉴스 사이트는 광고 차단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이 회사 뉴스 페이지에 접속해 기사를 읽으려 하면 '애드블록을 끄라'는 메시지를 내고, 기사 내용을 보여 주지 않는다.

독일 언론사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 등은 아예 광고 제거 앱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으나 '사용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에 독일 아이오(Eyeo) 등 광고 제거 앱 제작사들은 구독료를 대신 받아 주는 '상생 모델'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