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첫 3개 전공 이수자…비(非)경제학 전공 출신 교수
"온라인 광고시장 연 100조원…한국,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같은 리그에 소속돼 라이벌 관계인 LA다저스와 SF자이언츠는 서로에게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들은 리그 자체가 다른 보스턴 레드삭스와는 그렇게까지 경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주파수 경매와 비슷한 사례다. 한 주파수 대역을 두고 A, B, C사(社)가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할 때 A, B는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상위 경쟁자이고 C는 앞선 둘에 비해 뒤쳐진 사업자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A와 B는 서로에게만은 이기고 싶지만, C에게는 이기든 지든 큰 상관이 없다. 이 경우 각 사가 다른 회사 각각과의 경쟁에서 최대 지불금액을 적어내도록 하는 경매방식이 효율적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동시오름 입찰'(단계적으로 가격을 올려 최고가를 제시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로 진행됐는데, 이 방식은 적절한 유인이 제공되지 않는 이상 담합에 취약한 구조다. 밀봉 입찰(모든 입찰자가 한번 가격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자를 낙찰자로 선정)은 딱 한번의 기회 밖에 없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담합을 깰 유인이 충분하다. 반면 동시오름의 경우 담합을 약속한 상대가 배신하면 다음 라운드에 참여해 바로 복수할 수 있다."
정승원(38)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는 경매다. 그는 주파수 경매, 한국전력의 삼성동 부지 매각, 미 프로야구(MLB)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등 경제학 비전공자에게도 친숙한 개념에 경매를 접목해 연구를 하고 있다.
1978년생인 정 교수는 약 10년 전인 2006년, 포항공대 졸업식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포항공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3개 전공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부전공인 산업경영공학까지 합하면 전공만 4개다. 정 교수는 서울 영동고를 졸업한 뒤 1998년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해 11학기 만에 컴퓨터공학, 수학까지 3개 전공을 이수했다. 원 전공인 전기전자공학과에서는 수석으로 졸업을 했다.
이후 정 교수는 포항공대 수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경영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경제학과, 통계학과 박사 학위를 땄다. 지난 1월부터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며 연구도 하고 있다. 브리스톨대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교수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로 옮기기 전에 재직했던 대학교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공계열 출신이 경제학 교수가 된 사례는 드물다. 정 교수는 “다른 경제학자들과 다른 학문적 배경 때문에 같은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이 경제학자로서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Alvin Roth)도 스탠포드대 경영공학 박사 출신 경제학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경제학입문 수업 조교를 하면서 이런 똑똑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하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2년 동안 연구에만 매진했고, 기존의 경제학적 접근과는 상당히 다른 논문을 써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특이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작년 6월 한국인 최초로 페이스북 본사의 '뉴 패컬티 펠로우(new faculty fellow)'로 선정됐다. 브리스톨대 부임 전까지 풀타임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파트타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제도는 페이스북이 우수한 신임 교수를 선정해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도 전공 분야를 살려 온라인 경매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는 연간 100조원이 넘는데, 페이스북과 구글의 경우 수익의 90% 이상이 광고에서 나온다. 이들 업체는 특이한 방식으로 광고 사업자를 모집하고 자사 홈페이지에 노출한다.
예를 들어 구글 홈페이지에 '하와이'라고 검색하면 상단에 하와이 호텔, 비행기표 등 관련 업체들의 광고가 나타난다. 이때 어떤 광고가 노출될 지는 광고주들이 참여한 온라인 실시간 경매에 의해 결정된다. 광고주들이 미리 이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다는 '광고단가'를 미리 온라인에 입력해두면 사용자가 단어를 검색하는 순간 실시간으로 온라인 경매가 열리고 최종 낙찰자와 낙찰가격이 결정된다.
검색사이트가 아닌 페이스북은 광고주들이 타깃그룹을 정해서 광고를 한다. 각 이용자들의 관심사는 ‘좋아요’를 어디에 얼마나 눌렀는지를 분석하면 알 수 있다. 미용 관련 페이지에 ‘좋아요’를 많이 누른 20대 여성 사용자에게는 페이스북 화면에 화장품 회사 광고가 뜨도록 하는 식이다.
정 교수는 "한국의 IT기업들도 경매 방식을 기반으로 광고를 하긴 하지만 대다수는 외국 회사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 한국어가 워낙 복잡한 언어이다 보니 포털 사이트에 전혀 엉뚱한 광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명확한 검색 키워드를 활용한 검색 광고는 한국 포털사이트에서도 잘 운영되고 있고 메신저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 꽤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다면 (온라인 광고시장이) 진화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 “기존 경매 방식, 입찰가 1개만 써내서 문제…MSP 도입해야”
―기존 경매 제도에는 어떤 한계가 있나.
"경매 방식 중에서 입찰 참여자가 서로가 써낸 금액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최고가를
써낸 자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 지난 2015년 한국전력이 삼성동 부지를 매각할 때 썼던 방식이다.
이 방식의 한계는 모든 참여자들이 경매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낙찰 받은 쪽도 후회할 수 있다. 낙찰을 받은 쪽은 경쟁자를 이기려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내서 후회하고, 다른 쪽은 경쟁자를 이기지 못해 후회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externality)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경매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경매 참여자들이 보는 피해나 이득, 즉 외부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경매는 1개의 입찰가만 허용하기 때문에 외부효과에 따른 다양한 입찰가를 표현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없다."
―실제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입찰 참여자가 3곳인 경우를 사례로 들면, 한 주파수 대역을 두고 A, B, C사(社)가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할 때 A, B는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상위 경쟁자이고 C는 앞선 둘에 비해 뒤쳐진 사업자라고 가정해볼 수 있다. A와 B는 서로에게만은 이기고 싶지만, C에게는 이기든 지든 큰 상관이 없다. 즉 A와 B는 서로에 대해 "다른 애(C)한테는 져도 되지만 너만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A는 B한테 이기기 위해 아주 높은 가격을 써냈고 최종 입찰자가 됐다. 이때 A는 "굳이 이렇게 높은 가격을 써낼 필요는 없었는데"하고 생각할 수 있고, B는 경쟁자인 A가 이겨서 후회할 수 있다. A,B 모두 차라리 C가 이기는게 나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단순한 현상은 그동안 경제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영역이었고, 이와 관련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입찰가를 딱 한 개만 써내는 기존 경매제도가 갖는 한계다. 입찰 참여자들은 각 경쟁자에 대한 최대 지불의사가 다른데 가격을 한 개만 써냄으로서 경제적 비효율이 생긴다.”
―경제학 박사 논문 주제가 MSP(Multidimensional Second-Price) 경매였다. 기존 경매 방식의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MSP 경매는 모든 입찰 참여자에게 경쟁자에 대한 '최대 지불의사'를 밝히도록 한다. 이것이 기존 경매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후에 경매자가 가장 낮은 가격부터 입찰가격을 하나씩 지워나가다가 마지막으로 남는 입찰가를 낸 곳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입찰 참가자들끼리 불필요한 내부 경쟁을 하는 경우를 찾아내 제외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주최한 경매에 A,B,C 기업이 참여했다고 하면 A가 B, C 기업에 대한 최대 지불의사를 정부에게 적어 낸다. B도 A, C에 대한 가격을 내고, C는 A, B에 대한 가격을 제출한다. A가 B와는 치열한 경쟁관계일 수 있지만 C는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싶을 수 있다. B, C에 대한 최대 지불의사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방식으로 경매를 할 경우 특정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전체적으로 높은 입찰가를 써낼 유인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승자는 써낸 낙찰가에 대해 후회 하지 않고, 패자 역시 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A와 B가 불필요한 경쟁을 하다가 C에게 지지 않은 것을 모두 후회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경매 주최자 입장에서는 낙찰가가 낮아질 수 있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MSP 경매를 도입하면 입찰 참여자 뿐 아니라 경매 주최자도 수익, 효율성 측면에서 이득을 본다. 최근에 이뤄지는 큰 경매는 정부가 주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한전 부지의 경우 현대차가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면 단기적으로 정부가 좋을지 모르지만 그룹이 휘청일 정도라면 정부도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MLB) 포스팅에도 MSP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야구를 좋아해서 논문에서도 이 내용을 자세히 다뤘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두 개로 나눠져 있고, 리그가 다르면 월드시리즈에 가지 않는 이상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일례로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같은 리그에 소속돼 라이벌 관계인 LA다저스와 SF자이언츠는 서로에게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들은 리그 자체가 다른 보스턴 레드삭스와는 경쟁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프로야구 포스팅 제도에는 문제가 많다. 예전에 일본에서 사용했던 제도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정작 일본은 이 제도가 선수들에게 너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2013년 바꿨다.
지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경매 자체가 선수의 연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국 구단에게 돌아가는 포스팅비 만을 위한 경매라는 점이다. 또 포스팅 경매에서 이긴 메이저리그 팀만 단독협상권을 가지며 협상이 결렬되면 선수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상식적으로 포스팅비에 너무 많은 돈을 쓰면 정작 선수에게 줄 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결국 제도가 바뀌었다. 현행 제도는 고정된 포스팅 금액을 일본 구단이 제시하고, 그 금액을 낼 의사가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자유롭게 정해진 기간 동안 협상을 하는 방식이다.”
◆ “주파수 경매, 현재 방식은 담합에 취약”
―이달 초 정부가 실시한 통신 주파수 경매 결과를 평가한다면.
“경매의 목표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낙찰가 극대화, 경제적 효율성 극대화다. 정부가 실시하는 경매의 경우 낙찰가 극대화보다는 경제적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둔다. 이번 경매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무난한 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설비업체에서는 700㎒(A블록)가 유찰됐기 때문에 매우 아쉬울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상 낙찰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쉽겠지만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 만약 낙찰가를 높이려고 했다면 최저경쟁가격을 좀 더 잘 설계했어야 했다. 하지만 주파수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면 그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D블록을 제외한 B,C,E 블록이 모두 최저경쟁가격에 낙찰돼 일각에서는 이동통신3사가 경매 과정에서 담합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입찰 참여자들이 참여 신청 때 담합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담합이 확실시 되면 할당 자체가 취소되는 등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코멘트 하기는 어렵다.
단지 이론적으로 살펴보면 경매가 동시오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1단계에서 끝났는데, 이 방식은 적절한 유인이 제공되지 않는 이상 담합에 취약한 구조다. 이 방식은 경매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담합을 약속한 상대가 배신을 하게 되면 바로 다음 입찰에 참여해 복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밀봉 입찰의 경우 딱 한번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담합을 깨고 높은 금액을 적어낼 유인이 있다.”
―이번 경매가 당초 예상과 달리 경매 개시 이틀 만에 끝나고, 한 블록은 유찰이 되면서 이전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경쟁이 줄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예전과 달리 경매에 나온 주파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경쟁 요소가 적었던 것이고 주파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이통사들 사이에 획기적인 시장점유율 변화 등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봐야 한다.”
―황금주파수라고 불리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2.1㎓(C블록)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최저경쟁가격에 가져가며 싱겁게 끝났다.
“현재 이통 3사가 모두 2.1㎓ 대역에 주파수를 갖고 있어, C블록을 추가 확보하면 기존 주파수에 연결해 광대역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매에서는 LG유플러스가 C블록을 가져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입찰 참가자들 모두 알았을 것이다. LG유플러스의 자금 사정을 감안하면 C블록 이외에 다른 주파수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SK텔레콤과 KT 입장에서는 다른 블록에 입찰할 수 있는데 굳이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C블록에 거금을 주고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 주파수 대역과 이용 기간을 고려하면 정부가 제시한 C블록의 최저경쟁가격도 다른 블록에 비해 비쌌다.
결국 LG유플러스가 최저경쟁가격에 낙찰 받았지만, 주파수 단위당(1㎐, 1년) 낙찰가격은 38억2000만원으로 SK텔레콤(21억3000만원)과 KT(22억6000만원)에 비해 높다.
경매 이전에 이통3사들 사이에서 2.1㎓ 대역을 두고 말이 많았던 것은 SK텔레콤과 KT 모두 재할당 대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종의 ‘엄살’을 부린 것 아닌가 추측한다.”
―SK텔레콤이 5개 블록 중에서 2.6㎓ 대역인 D블록과 E블록에 대해 1조 넘는 금액을 써내 낙찰 받았다.
“D,E 블록은 함께 할당 받으면 설비투자 면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실질적으로 최저경쟁가격이 1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곳은 SK텔레콤과 KT 뿐이다. 그런데 KT의 경우 1.8㎓(B블록) 대역만 낙찰받아도 만족할 수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자금력에서 우위인 SK텔레콤이 가져간 것 같다.”
―대학 때 3개 학과를 복수 전공한 이유가 있나.
“스스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호기심이다. 평소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에도 공부만 한 게 아니라 학교 홍보 도우미로도 활동하고 교내 밴드, 대기업의 학생 기자를 하기도 했다. 대학생활을 즐기면서도 학업에 소홀해지지 않으려고 관심 있는 과목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공 분야가 많아졌다. 원래 관심이 많던 컴퓨터공학과와 수학과의 수업을 하나씩 듣다 보니 자연스레 3개의 과를 복수전공하게 됐다. 연관성이 큰 전공들이다 보니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후배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결정인가.
“정말 자신이 관심 있고 필요한 학과를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단순히 숫자를 늘리려고 전공을 많이 하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차라리 한 분야에 집중해서 전문가가 된 뒤 나중에 필요한 영역을 천천히 습득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나 역시 여러가지를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학 논문 지도교수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후히토 코지마(Fuhito Kojima) 교수님이다. 경매 보다는 매칭을 주로 연구했는데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까지만 해도 그쪽에 관심이 더 많았다. 예를 들면 인턴과 레지던트의 병원 배정, 학생의 학교 배정, 룸메이트 배정 문제, 수강신청 문제, 남녀 미팅과 관련된 내용이 매칭과 관련된 주제들이다. 경매는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얼마에 할당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매칭은 ‘누구에게 할당할지’만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이 안 들어간다. 한 가지 고려 요소가 적으니 간단해보이지만,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먼 미래에는 문학을 공부할 생각이다. 소설가가 꿈이기도 하다. 친형이 런던에 있는 영국 왕립 예술학교 RCA(Royal College of Art)에서 미술을 하고 있는데, 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종종 런던에 가서 작품에 대한 의논을 한다. 형과 함께 조만간 경제학 웹툰을 만들 계획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