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세계적 저성장은 투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먼저 공공 부문이 물꼬를 터줘야 합니다. 교육, 기술, 기반시설(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17~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제7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제프리 삭스(Sachs·61) 컬럼비아대 교수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투자 확대'가 현재 전 세계가 맞닥뜨린 저성장을 깨트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행사를 찾은 삭스 교수는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소비 수요가 적기 때문에 저성장이 왔고 그래서 소비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가 않다"면서 "투자만이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17~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하는‘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글로벌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공공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타임지가 선정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100명'에 두 번이나 들었고, 최근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살아 있는 3대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1983년 28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됐지만, 빈곤 퇴치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2002년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 겸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성장, 빈곤 연구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공공투자가 앞장서면 민간이 따라올 것"

삭스 교수는 특히 공공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투자는 공공이 선도하고 민간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기업은 이익이 보이면 투자하는데, 글로벌 민간 기업들의 현금 보유가 늘어나는 것은 각국 정부들이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지 않아 민간이 이익을 낼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경우만 해도 민간 기업들이 아프리카 등의 빈곤 국가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미국의 에너지 정책, 국제 정책 등이 투명하지 않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 투자로 정책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 주면 민간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투자가 부족해 성장을 위한 자본 축적이 덜 된 분야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적 자본, 과학·기술, 인프라 등 모든 면에서 투자가 부족하고 자원은 낭비되고 있다"며 "투자는 결국 장기 성장의 원천이고, 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라는 것을 각국 정부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들이 올해 당장 해야 할 일로 삭스 교수는 "각국이 작년에 합의한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파리 기후변화 협약', 이 두 가지를 이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겠다는 것이고, 파리 기후 협약은 2050년까지 지구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게 목표다. 삭스 교수는 "둘 다 공공 투자를 늘린다는 약속"이라며 "농업을 발전시키고, 기후변화를 막고, 공해를 줄이는 등의 공공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아시아·아프리카 빈곤국 도와야"

삭스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선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글로벌 선도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그의 시각은 2011년 이후 2~3%대의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국내에서 확산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특히 "모바일, 광대역, 정보통신기술, 로봇,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석유 등 기존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이 도래하면 한국이 앞서나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의 경험을 가지고 앞으로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삭스 교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를 위해 유엔의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를 이끌어 오고 있는데,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와 함께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5개국에 접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삭스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동북아시아에서 중국,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중·일의 경제 협력은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삭스 교수는 "G20 회의 등 국제 무대에서 한국도 공공 투자를 늘리자는 말을 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