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거리 절대 부족, 시간이 돈인데 수지타산 안맞아"
"충전소 부족보다 고장 많아 더 문제…전기택시 수리비 일반택시의 3배 넘어 개선해야"

지난 2014년 9월 서울시에 친환경전기택시가 시범 도입됐다. 현재 총 60대 중 개인택시가 35대, 법인택시가 25대다. 차량 뒤편에 배기구가 없는 무공해 택시다. 모두 하늘색이라 이른바 ‘도로 위의 스머프’로 불린다. 그러나 실제 이 택시를 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서울에서 주행 중인 일반택시가 7만대에 육박하니까 친환경전기택시를 만날 확률은 1000분의 1 이하다. 이 택시에 탑승해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토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2시경 서울 관악구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부터 마포구 공덕역까지 친환경전기택시로 이동하는 데 25분 가량 걸렸다. 택시비는 기본요금 3000원에서 시작해 총 1만200원으로 일반 택시와 같은 수준이었다. 거의 새차인 데다가 승차감이 좋고 소음도 없어 일반택시에 비해 훨씬 쾌적했다. 게다가 매연이 전혀 없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운행중인 친환경전기택시는 모두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 모델이다. 내부 공간은 일반 중형차와 비슷했다.

하늘색 친환경전기택시의 외관. 현재 서울시 친환경전기택시는 모두 사진과 같은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 모델이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은 개인택시기사 윤일선(68.은평구 구산동)씨는 운전 내내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서울에서 택시운전경력 3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윤씨는 친환경전기택시가 일반택시(LPG가스충전)에 비해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토로하면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부분 동료 기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장의 요지는 현재 전기택시가 완충 후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매우 짧지만, 충전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전기요금을 현실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씨는 “일반택시는 몇분간 LPG를 가득 충전하면 400~500km를 달리는데 비해 전기택시는 한 번 충전하는 데 평균 한시간이나 걸리지만, 여름에는 120km 정도, 겨울에는 90km 정도밖에 달리지 못한다”며 “택시 운전은 ‘시간이 돈’인데 지난 겨울 하루 평균 3차례(3시 시간 가량)를 충전하는 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름철 에어컨 가동은 별 무리가 없는데 비해 겨울철에 히터를 틀면 전기가 급속도로 줄어드는데 히터를 약하게 조절할 경우 승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동료들의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택시운전경력 30년의 베테랑 윤일선(68)씨가 친환경전기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일반택시와의 차이점은 전기잔량이 표시되고, 내비게이션을 통해 인근 전기 충전소가 표시된다는 점이다.

윤씨의 근무일과는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로 보통 13시간을 길에서 보낸다. 단독주택인 그의 집 차고에는 정부지원금(600만원)을 받아 설치된 충전설비가 있다. 사과박스만한 크기로 크지는 않다.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모든 동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사실상 충전설비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전언이다.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주변 전기배선 환경에 따라 정부지원금을 초과하는 설치비는 운전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윤씨는 퇴근 후 집에서 충전하고 아침에 거리로 나선다. 친환경전기택시는 차량가격이 4400만원인데 정부가 3000만원을 보조해 줬다. 시범사업이어서 전기요금을 지난 4월1일까지는 전액 정부가 지원해줬다.

윤씨의 걱정은 지난 4월 2일부터 시작됐다. 윤씨는 최근 13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10만원이 안되는 순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날 오전 은평뉴타운에서 안산시까지 약 60km을 달렸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까지 돌아오려고 하니 전기가 모자라 안산 홈플러스 충전소에서 약 40분 간 충전하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약 30km 정도 주행거리가 남았을 때 충전소를 찾아 충전하고 있다. 완충까지 6000~7000원 가량의 요금을 내면 충전에 평균 1시간이 걸린다”며 “이 일은 시간이 돈이다. 전기요금을 3000원 정도까지 대폭 내리면 그럭저럭 수지타산이 맞을 것으로 기사들은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에 가까운 충전소가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가끔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작동하지 않는 충전소가 있어 낭패를 본 경험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심야에 운전하는 동료들의 경우 문을 닫는 충전소도 있어 불편함이 크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총 337개로 서울에는 42곳이 있다. 지난 4일 서울시와 한국전력공사는 시내에 50곳의 급속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윤씨의 불만은 또 있었다. 전기택시의 비싼 수리비다. 그는 “전기택시를 수리하려면 외제차에 육박하는 많은 비용이 들고, 일반 공장에서는 수리도 불가능하다”며 “예컨대 일반택시라면 30만원 정도면 가능한 수리비가 100만원 정도가 나왔었다. 또 수리기간도 일반택시에 비해 훨씬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서울 공덕로터리에 정차한 친화경전기택시의 뒷모습. 배기구가 없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전기택시의 장점을 물었다. 그는 “승차감이 좋고 조용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운전이 무척 편안하다”며 “대부분의 승객들도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시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어 “나름 친환경에 일조한다는 다짐으로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차량 주행거리 확대와 전기요금 인하 등의 기술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