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화장품 유통 체인점 세포라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 토니모리 매장에서 프랑스 여성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세계 최대 화장품 유통 체인점인 세포라(Sephora)에 이날 문을 연 국내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 매장에서 프랑스인 길리안(24)씨가 한국식 화장법인 '물광'(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한 피부를 뜻하는 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국 여배우들 같은 화장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추천해달라"고 말한 그는 수분크림, 미용 팩 등을 한가득 사 갔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유럽에서 K-팝(한국 가요)으로 시작된 한류(韓流)가 K-뷰티(한국 화장품)로 전이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이달부터 유럽 14개국 825개 세포라 매장에 입점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시작된 K-뷰티 열풍이 유럽에도 상륙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작년 한국 화장품 업체인 투쿨포스쿨은 프랑스 라파예트(Lafayette) 백화점에 입점했고,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국내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과 기술 교류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특히 프랑스의 한국 화장품 수입은 크게 늘고 있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프랑스에 수출한 한국산 화장품은 2010년 400만유로에서 2014년 900만유로로 뛰더니 작년엔 1641만유로(약 218억원)로 늘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프랑스 수출 증가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는 화장품 산업의 본고장으로 꼽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성공하면 영국, 독일 등 다른 국가에서도 한국산이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릴리안 비노(Vignau) 세포라 유럽 부사장은 "평균 1~2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유럽 여성들과 달리 한국은 각 단계별로 바르는 화장품이 다 다르고 유행도 빠르게 반영돼 제품이 다양하다"며 "한국식 화장법에 관심을 갖는 유럽 여성이 많아져 조만간 세포라 매장에 한국 화장품을 모은 코너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