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나란히 채권단 자율협약(저강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해운업과 지난해 8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 대한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대규모 실업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고용 유지 지원 방안, 대규모 실업 발생 시 신속한 취업 지원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0일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실업 기간 동안 생존(생계) 문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전업할 수 있는 교육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현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운업과 조선업이 최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라 그 부분에 논의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해운·조선업 외에 철강·석유화학·건설업까지 포함해 5대 취약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를 소집해 기업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실무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업 구조조정 상황과 대책 등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이 그리스 선박업체 등 선주(船主)들과 용선료(선박 임대료)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 협상이 불발될 경우 비상 대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방안은 한진해운을 워크아웃에 넣고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넣는 것이고, 둘째는 두 회사를 합병하는 방안 등이다.

조선업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을 분야별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에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한진중공업의 군함과 잠수함 건조 등 방산(防産) 분야를 합쳐서 방산 전문 조선업체를 출범시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채 비율이 각각 2007%와 847%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주요 해운사들이 결성한 4개의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체제로 움직이던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업계가 최근 경기 악화로 동맹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 국적 컨테이너사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용선료 협상이 관건인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1조8793억원의 용선료를 지출한 상황이라, 용선료를 20~30% 인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만 낮춰도 매년 3700억원 정도의 지출을 절감할 수 있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협상 상황이 유동적이라 정부가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 대상인 해외 선주가 10명이라면 5~6명은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이고, 나머지는 아직 부정적인 상태"라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면 대략적인 협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의 경우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면서 조만간 직원의 10%인 3000명까지 감원하고, 대대적인 조직 통폐합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019년까지 임직원을 현재보다 3000여명 줄일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상시 희망퇴직제를 운영 중이라 조선업계의 대량 감원이 예고된 상황이다. 게다가 올들어 조선사들은 극심한 '수주 절벽'에 내몰리고 있어 향후 경영 정상화에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