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연 티맥스 회장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
"10월 정식 제품 출시...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도 손쉽게 쓰는 클라우드용 OS 개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의 벽은 높고도 험했다. 티맥스가 7년 만에 다시 선보인 ‘티맥스OS’ 베타버전이 공개시연 도중 또다시 다운됐다.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최고난이도로 평가받는 OS 개발에 도전한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창업자 겸 회장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티맥스OS 발표회’에서 티맥스오에스(대표 박학래)가 독자 개발한 ‘티맥스OS(TmaxOS)’의 베타버전이 시연 도중 다운됐다.
이날 시연자가 티맥스OS로 돌아가는 아수스 PC에서 이메일 등 각종 기능을 설명하던 도중 프리젠테이션이 중단됐고 PC가 재부팅됐다. 티맥스오에스는 발표 순서를 바꿔 티맥스OS 시연을 다른 발표 뒤로 미뤘다.
이날 오전 11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시연에서는 문제가 없었다. 티맥스OS로 구동되는 PC에서 이메일 확인, 동영상 재생, 사진 캡처, 출처를 알 수 없는 파일 확인 등이 모두 원활하게 진행됐다.
티맥스 관계자는 “발표회를 워낙 대규모로 벌였고 각종 장비(콘솔)들을 많이 쓴 탓에 알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기자간담회에서 문제가 없었던 만큼 성능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제품은 사내 비공개 테스트만 마친 제품이다. 티맥스오에스는 오는 7월 일반인도 OS를 다운받아 써볼 수 있는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고 10월에는 정식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티맥스소프트가 OS 개발에 도전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티맥스소프트 관계사였던 티맥스스코어가 PC용 OS인 ‘티맥스윈도’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공개 시연에서 PC게임 ‘스타크래프트’ 구동하던 중 멈춰버렸고 결국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다. 경영난까지 겪은 티맥스소프트는 티맥스코어를 삼성SDS에 매각했다. 현재 티맥스코어 인력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OS ‘타이젠’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대연 회장은 OS 개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티맥스데이터를 티맥스오에스로 이름을 바꾸고 OS를 개발할 인력을 다시 충원했다. 2009년 당시 삼성SDS와 향후 5년간 코어OS 기술을 활용하지 않기로 한 계약이 종료된 시점이었다. 티맥스오에스는 박대연 회장과 사원들이 주주다.
이날 티맥스오에스가 연 행사의 주제는 ‘선택의 기쁨, 혁신의 시작, 세상을 바꿀 새로운 OS’였다. ‘도전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기에, 당연하게 여기면 선택할 수 없기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경쟁’이라는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또다시 국산 OS가 나온다는 소식에 행사 신청자가 1만명이 넘었고 행사장도 수천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고 마른 체격의 박 회장은 직접 무대에 올라 기조 연설을 했다. 그는 “7년 전 시연에서 실패한 것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우선 사과부터 한다”고 했지만, 목소리에는 새 OS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행사 자체를 한국어와 영어 2개 버전으로 유튜브 생중계할 정도였다. 시연 중 다운 장면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박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티맥스OS는 티맥스가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시스템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면서 “단순히 MS의 OS를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차세대 OS 시장을 겨냥해 아키텍처부터 다시 설계했다”고 말했다.
티맥스OS는 유닉스 기반으로 그래픽 기능을 강화했으며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개발한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다양한 기기와 호환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번만 개발하면 다양한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통합 플랫폼 ‘TOP(Tmax One Platform)’, 오피스 프로그램 ‘티맥스오피스(TmaxOffice)’, 웹브라우저 ‘투게이트(ToGate)’도 함께 소개됐다.
박 회장과 티맥스오에스는 한국 토종 기업이 과연 OS를 개발할 수 있는지, 또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을 종식하지는 못했다. 다만, 끝난 줄 알았던 이들의 끝없는 OS 도전 의지만큼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다시 확인시켰다.
티맥스오에스는 티맥스의 11개 해외법인을 통해 해외 시장에도 제품을 본격 출시해 2020년까지 2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 마지막 대목에서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클라우드OS’가 티맥스OS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면서 “사용자로부터 ‘그 어려운 것을 해냈습니다, 티맥스가’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 어려운 것을~’은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송중기가 남긴 대사다.
응용 소프트웨어를 움직이는 기반 소프트웨어(시스템SW)에는 OS, 데이타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미들웨어가 있는데, 티맥스는 이중 2가지는 제품화에 성공했다. 티맥스가 내놓은 미들웨어는 경쟁사인 오라클을 앞지르며 국내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했으며 티맥스의 DBMS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 정도다. 전세계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이다. 이중 한국업체의 점유율은 1%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