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2016년 서울모터사이클쇼'는 개막 이전부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대구국제모터사이클쇼' 이후 10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단독 모터사이클 쇼였기 때문이다. 나흘 동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만 4만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모터사이클이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모터사이클은 폭주족이 타는 위험한 교통 수단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골프 다음은 모터사이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미 생활의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이륜차산업협회(KOMIA) 집계에 따르면, 2012년 1만365대 규모이던 수입 대형 모터사이클 판매량은 지난해 2만879대 규모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배기량 125㏄ 이하 배달 수요가 주류를 이루는 국산 모터사이클 시장은 같은 기간 5만8000대에서 5만5000대로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터사이클이 '배달용'에서 '레저용'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오토바이'라는 일본식 조어 대신 '모터사이클'이나 '바이크'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분위기 변화를 보여준다. 예전엔 오토바이를 타면 폭주족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취미로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사람을 '라이더'라고 부른다. 이들이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경기도나 강원도 지역의 식당이나 카페는 '라이더 환영'이라는 문구를 내붙이고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나 캠핑족 못잖게 대접한다.
레저용으로 각광받는 모터사이클은 배기량이 250~1800㏄로, 모양과 성능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장거리 여행을 즐기기 위한 투어러, 빠른 속도와 코너링을 즐기는 수퍼 스포츠, 비포장 도로에서 장애물을 넘으며 즐기는 엔듀로, 도심에서 유용한 스쿠터 등이 대표적이다.
BMW와 할리 데이비슨으로 대표되는 투어러는 전문직 종사자에게 새로운 취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베스파와 프랑스 푸조로 대표되는 유럽제 패션 스쿠터는 국산 스쿠터보다 두세 배 이상 비싼데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3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20~30대 여성도 도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모터사이클이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대중 레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울 곳도 없이 면허 시험을 쳐야 했지만, 최근에는 운전면허 학원에서 2종 소형 면허를 딸 수 있게 된 데다 올바른 라이딩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습소도 많이 생겨났다. 국내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사인 대림이 운영 중인 대림모토스쿨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큰 교습소다. 면허 취득뿐 아니라 안전한 라이딩을 위한 심화 교육도 실시한다. 2012년 이후 대형 모터사이클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MW는 이천에 위치한 물류창고 내에 '엔듀로 파크'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라이딩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도 강습회를 연다.
불량 청소년의 탈것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는 라이더의 자정 노력도 한몫했다. 동호회 차원에서 헬멧과 보호대 등의 안전 장구 착용을 권장하는 등 '어른의 취미'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자동차 운전자의 눈에 쉽게 띌 수 있게 낮에도 헤드라이트가 자동으로 켜지도록 하는 등 이륜차 관련 법규가 개선된 것도 사고율 감소와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
과거 거리에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폭주족의 바이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수퍼 스포츠 바이크도 최근에는 영암 국제 서킷이나 인제 스피디움 등 일반 차량이 없는 전용 경기장에서 즐기는 인구가 늘었다. 경기장까지 트레일러에 싣고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타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스포츠로 즐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상훈 BMW 모토라드 이사는 "독일에서도 예전에는 모터사이클이라고 하면 폭주족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가 성숙기에 들어선 데다 신규 라이더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동호인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지만, 라이딩 문화가 좀 더 성숙되면 언젠가는 선입견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