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예보는 이제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날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4월 9~10일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했던 사람들은 잔뜩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로 뒤덮여 누런 하늘을 마주해야 했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가 틀렸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의 1㎥당 미세먼지 농도는 9일 73마이크로그램(㎍), 10일 85㎍로 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았는데, 이는 7~8일 24~45㎍의 두배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봄철의 단골 불청객은 황사였다.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대기 상층에 떠있다가 북서풍에 따라 한반도로 이동한 뒤 지상으로 내려오는 게 황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황사에 비해 인체에 더 유해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다 미세먼지 농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2014년 1월 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자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이 나눠서 발표하던 대기 질 예보를 통합 발표하기로 하는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미세먼지가 서울을 뿌옇게 뒤덮은 모습

초미세먼지의 유해성을 규명하고 예보 모델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5월 정부가 발족한 ‘초미세먼지피해저감 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기홍 GIST(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는 “약 2년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미세먼지 농도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미세먼지의 구성 성분과 유해성을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황사·미세먼지·초미세먼지, 인체에 흡수되는 입자 크기에 따라 달라

황사와 미세먼지·초미세먼지는 개념이 다르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 지역의 사막에서 날아오는 흙먼지를 말한다. 황사는 보통 봄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추운 겨울에 얼어붙었던 사막이 봄이 되자 녹는 과정에서 대기 중 흙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봄철에 강한 북서풍이 불어 한반도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로 구분한다.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이하인 것을 미세먼지, 2.5㎛ 이하인 것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황사에 섞인 흙먼지 중에서도 입자 크기가 10㎛ 이하이면 미세먼지에 포함되는 것이다.

입자 크기를 나누는 기준은 인체에 입자가 흡수되는 정도에 따라 정해졌다. 10㎛ 이하의 미세먼지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입을 통해 흡수될 수 있다.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체 내의 폐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인체 외부의 호흡기와 내부의 폐에 도달하는 정도에 따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나뉘는 것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폐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체에 더 유해한 초미세먼지는 디젤 자동차 매연이나 바비큐, 공장 매연, 산업 물질 연소 등에서 나온다. 봄철에 발생하는 중국발 황사에는 중국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약 20~50% 섞여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합쳐져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진다.

◆ 미세먼지 줄었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여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02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6㎍/㎥였지만 2012년에는 41㎍/㎥에 그쳤다.

2012년 세계 주요 도시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 비교

문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근 몇 년간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측을 시작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약 25㎍/㎥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2012년 기준 미국 LA와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각각 17.9, 13.9, 16.0, 15.0㎍/㎥에 그쳤지만 서울은 25.2㎍/㎥에 달했다.

박기홍 교수는 “입자가 상대적으로 큰 미세먼지는 도로 변이나 터널 내부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만으로 줄일 수 있지만 자동차 연료나 산업용 물질, 나무 등이 연소할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는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농도보다 구성성분의 유해성이 중요...석탄과 디젤 연소 입자가 가장 위협적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 농도도 중요하지만, 초미세먼지의 구성성분과 각 구성성분의 유해성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총 176명의 국내 박사급 연구인력이 참여하고 있는 ‘초미세먼지피해저감 사업단’도 초미세먼지의 유해성 분석과 신개념 ‘황사 마스크’ 개발 등을 목표로 2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다양한 미세먼지의 현미경 사진

유해성은 크게 산화력과 세포독성, 유전독성 등을 분석해 확인한다. 인체 내에서 산화 반응을 얼마나 하는지를 나타내는 ‘산화력’은 클수록 염증이 발생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호흡기 질환이나 질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석탄 연소시 나오는 초미세먼지 입자의 산화력이 가장 컸고 디젤자동차 배출 가스 입자, 볏짚 연소가 뒤를 이었다.

세포에 노출시켰을 때 반응을 분석하는 세포독성의 경우 볏짚이나 소나무 가지 연소입자가 가장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디젤자동차 배출 가스 입자가 뒤를 이었다. 반면 유전학적인 DNA 손상 정도를 분석하는 ‘유전독성’에서는 디젤자동차 배출 입자가 가장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볏짚이나 소나무가지 연소 입자, 석탄 연소 입자가 뒤를 이었다.

박기홍 교수는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의 상세한 특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초미세먼지 농도뿐만 아니라 유해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라며 “기존 황사마스크보다 성능이 뛰어난 마스크나 실내 공기정화 기술 등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