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국수(실력이 한 나라에서 으뜸가는 사람國手·63)가 새누리당 비례대표 14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프로 바둑 기사가 국회의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후보는 지난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이 확정됐다. 범체육계 후보 중 유일하게 20대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조 후보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일본에서 프로 바둑 기사로 활동했다. 조 후보는 9세에 최연소로 입단하고 1982년 29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로 9단에 오르는 등 한국 바둑계에 입지전적 인물이다.

바둑계에서 ‘지존’ 칭호까지 얻은 조 국수를 정치판으로 이끈 것은 ‘바람’이었다. “어른으로서 침체한 바둑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여망이다. 평생 수읽기로 세상을 읽어 온 조 9단이지만 상당한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조 국수는 평소 바둑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나섰다. 아마추어들과 온라인 바둑을 두고, 한 온라인 바둑업체의 이사도 맡았다. 바둑 게임 ‘바투’에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격이 떨어진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바둑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철학이 그 바탕이었다.

조 국수는 ‘3무(無) 선생’으로 불렸다. 휴대전화·신용카드·운전면허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기간에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한다. 아내 정미화씨는 “최근 딸이 아빠에게 휴대전화를 하나 장만해 드렸다”며 “가끔 아주 필요한 경우에만 쓰고 평소에는 거의 휴대하고 다니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국수는 지난달 10일 새누리당에 입당에 비교적 안정권인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다. 조 후보는 입당 당시 "바둑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저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통해 “인생에서 최고의 한 수는 별 다를 게 없다. 후회 없이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고가 되기 전에 인성을 갖춰 사람이 되고 최선을 다한다면 인생이 나쁜 곳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