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진 데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6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이 되도록 3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2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전년보다 110달러 줄어든 2만7340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총소득(GNI)은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총소득을 말한다. 이를 인구 수로 나눈 것이 1인당 국민소득이다.

이날 한은이 함께 발표한 2015년 경제성장률은 2.6%로, 2014년(3.3%)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소득 감소는 환율 상승 때문"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든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오른 환율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원화 가치 하락) 한국은행 전승철 경제통계국장은 설명했다. 원화로 소득이 줄어서가 아니라 원화 가치가 내려가는 바람에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가령 똑같이 1000만원을 벌었어도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 때는 1만달러를 번 셈인데,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 되면 달러 환산 소득은 약 8300달러에 그친다.

실제로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원화로는 전년보다 4.6%(137만원) 늘어난 3093만5000원인데, 연평균 환율이 전년보다 7.4% 오른 바람에(2014년 달러당 1053.2원→2015년 1131.5원) 달러 환산 소득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저성장·저물가 지속… "올해도 3만달러 돌파 어려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처음 2만달러를 돌파했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2009년 2만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2011년 다시 2만달러대를 회복해 2013년 2만5000달러를 넘어섰고(2만6179달러), 2014년 2만8000달러를 웃돌았다. 이에 2015년에 '3만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장밋빛 목표가 되고 말았다.

한국의 3만달러 진입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 미국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를 돌파하는 데 9년(1987년→1996년) 걸렸고, 일본(1987→1992년)과 독일(1990→1995년)은 5년 걸렸다. 스웨덴은 2만달러를 넘어선 지 4년 만에 3만달러 국가에 진입했다.

한국의 '3만달러 진입'은 올해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목표로 내건 3.0%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진성 거시분석실장은 "지금과 같은 저물가·저성장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올해도 3만달러 돌파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 "고용 안정" 강조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주재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 정책의 중요한 지향점으로 고용 안정을 꼽았다. 이 총재는 이날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많은 중앙은행이 고용 안정을 명시적 또는 암묵적 정책 목표로 설정할 만큼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로 삼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어서, 고용 안정을 통해 가계 소득이 증대되어야만 내수 활성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 발언은 지난달 청년 실업률(12.5%)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고용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처럼 '고용 안정'을 목표로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만을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