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크가 비어간다. 그런데도 노조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 간다.”

현대중공업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23일 창사 44주년을 맞아 CEO 담화문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털어놨다. 최근 노조의 정치 활동도 강하게 비판했다.

울산조선소에서 퇴근하는 현대중공업 직원들

최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회사가 비대해지면서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 간섭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직언하는 사람도 없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도 세계 1등 회사인지 생각해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 최길선 회장 “사업 계획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 없다”

2년 연속 조(兆)단위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은 9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사무직 직원 13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긴축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월엔 선박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영국 해운‧조선 분석기관 클락슨 조사 결과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 잔량은 288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4년 4월(2752만CGT) 이후 가장 낮다.

최길선 회장은 “조선업계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도크(dock)가 빈다는 상상도 못할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해양 플랜트는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다”고 했다.

최 회장은 “수주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품질이 떨어져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고 했다. 선주들이 선박 인도를 거부하고 계약을 취소해 자금 사정이 좋지 않고 과잉‧적자 수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금융권에서도 최근 조선업계에 돈을 빌려주길 꺼려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조선업 호황기 때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체협상 사항을 모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포상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인사 제도도 사업본부 체제에 맞게 개편해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업본부가 동종업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각 사업부 대표 책임제를 전면 도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회사 비판만 하는 노조, 경쟁사 노조 배워라”

최길선 회장은 최근 노동조합의 정치 행보를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4‧13 총선을 앞두고 직접 자금을 마련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친노조 성향 후보 단일화 투표를 진행했다. 회사 정문 앞에서 특정 후보 지지 운동을 하기도 했다.

노조는 일감이 부족한 건설장비사업부,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직원 일부를 작업량이 많은 조선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려는 회사 방침에도 반발하고 있다.

최길선 회장은 “일감이 없어 일 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 배치를 실시하는데 노조는 회사를 비난만 한다. 그것도 부족해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경쟁사 노조와 너무 다르다”고 했다.

최길선 회장은 “‘현대 정신’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직원들도 회사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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