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이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깡통 전세’ 불안감이 퍼지면서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자도 급증하고 있다.

깡통 전세는 집값이 전세금 이하로 떨어지거나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자 보증기관으로부터 대신 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 올해 전세보험 가입자 91% 증가

한 남성이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아파트 전셋값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세보증금 보증 상품은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있다.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두 기관의 전세보증금 보증 상품에 가입한 가구는 4681곳으로 전년 동기(2466곳)보다 91.2% 증가했다. 가입 금액도 지난해 1~2월 3135억원에서 올해 1~2월 8651억원으로 175% 늘었다. 두 달 만에 지난해 1~6월 가입 실적을 넘어선 것이다.

경기 침체로 집값은 제자리걸음인데,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최근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90%를 넘는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전세 거래가 각각 1건 이상 있었던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전체의 23%(460개) 주택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이 90%를 넘었다.

서울과 경기도는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아파트가 각각 19%, 26%에 달했다.

◆ 공인중개사 보증보험 판매 허용… “보증보험 판매 더 늘어날 것”

전세보증금 보증보험과 전세대출을 함께 취급하는 전세금안심대출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농협·부산·광주·대구 등 8개 은행에서 출시된 것도 가입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전에는 우리은행만 전세금안심대출을 취급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증료 때문에 전세금안심대출 가입을 꺼렸지만, 요즘엔 깡통 전세 우려로 전세대출 고객 대부분이 보증보험에 가입한다”며 “은행들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보증보험 가입을 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수요가 늘자 금융감독원은 오는 4월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공인중개사는 보험연구원에서 사이버교육 10시간을 이수하면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 PB센터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80~85%를 넘어갈 경우 수수료 부담이 있긴 하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