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만 해도 매년 수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던 민간 발전회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적자로 돌아서며 생존 위기에 빠졌다. 전력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민간발전소는 5년 만에 배 넘게 생겨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전기 판매를 독점하는 한국전력이 발전 단가(單價)가 상대적으로 비싼 민간 발전소의 전기 구입 비중을 줄여 판로가 막힌 것도 원인이다.

민자 LNG발전소 10곳 중 6곳 가동 중단

지난달 GS에너지·롯데건설등 민간기업과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이 합작한 청라에너지는 경기 김포시에 2019년까지 짓기로 했던 LNG발전소 사업을 포기했다. 최근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탓이다.

작년 3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동두천LNG복합화력발전소는 낮은 가동률로 인해 작년 3분기까지 240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이 발전소도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GS에너지 등 민간 기업과 서부발전이 같이 세웠다.

국내 3대 민간발전사인 포스코에너지, GS EPS, SK E&S의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50% 감소했다. 작년 3분기엔 1·2위 사업자인 포스코에너지와 GS EPS가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다.

이런 현상은 전기 수요 급증을 예상한 정부가 최근 5년간 발전소 건설을 무더기로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민간발전회사들이 운영하는 발전소(총 23기)는 모두 LNG발전소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3기가 2011년 이후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기 수요는 정부 예측을 크게 밑돌고 있다. 2010년 10% 정도였던 연평균 전력소비 증가율은 경기(景氣) 둔화 등으로 지난해 1.3%에 그쳤다.

발전 단가가 비싼 LNG발전소의 전기를 한국전력이 구입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지난해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발전 단가는 원자력이 5.16원, 석탄은 53.26원, LNG는 106.75원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의 발전자회사, 민간 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이 독점 구매하는 구조다. 한전이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만 사들인 결과, 지난해 구입한 전기의 71%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이었다. LNG발전소가 공급한 전기는 20% 정도였다. 그 여파로 LNG발전소 가동률은 지난해 40%까지 추락했다. 10곳 중 6곳은 가동을 하지 못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가동률은 작년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허가받은 민간발전소 10기(基)가 내년 이후 차례로 가동을 시작하는 것도 부담이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수익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민간기업에도 책임이 있지만, 정전(停電)사태 이후 무더기로 발전소 허가를 내준 정부도 문제"라고 말했다.

"공기업·민간발전사 共存해야"

하지만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11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를 넘는다. 발전연료 가격은 떨어지는데 전기 판매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전이 소비자들에게 거둬들이는 전기요금은 그대로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대주주인 정부 지시에 따라 창사 후 가장 많은 주당 3100원, 총 2조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민간발전사들이 무너지고 한국전력의 독점이 강화되면 에너지신산업 발전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일본이 올 4월부터 전기소매시장을 완전 자율화하는 등 선진국들은 모두 독점체제를 해체했다"며 "민간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할 수 있어야 ICT(정보통신기술)가 결합된 에너지신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발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미국은 2035년까지 신규 발전의 60%를 가스발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화력 발전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LNG 발전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공기업과 민간발전사가 공존해야 건강한 에너지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발전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 보장 대책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