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6월에 도입했다가 2009년 말 없어진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 제도가 7년 만에 부활한다. 29일부터 국내 거주자는 증권사와 은행 지점,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310개의 해외주식형펀드에 신규 가입하면 1인당 3000만원까지 투자한 금액에 한해 10년간 얼마의 수익이 나든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7년 전과 달리 환(換)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없다.

기존 해외주식형펀드는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했다. 국내주식형펀드에는 부과되지 않는 이 세금이 국민의 해외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해외 주식 보유 비율은 10% 남짓으로, 영국(58.5%), 미국(38.7%), 일본(25.9%)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2014년 IMF 기준).

7년 만에 부활하는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 혜택은 세법상 기존에 가입한 해외주식형펀드에는 적용이 안 된다. 따라서 기존에 해외주식형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이 펀드로 비과세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펀드를 전체 또는 부분 해지하고 재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과세 제도 부활로 해외 투자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1년여 만에 40조원의 돈이 몇몇 펀드로 쏠렸던 2007~2009년의 '펀드 광풍(狂風)'이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투자금을 지역별·산업유형별로 여러 펀드에 철저히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선진국 대(對) 신흥국, 8:2 비율로 분산하라

펀드를 판매하는 국내 대형 증권사 3곳에 1인당 투자 한도인 3000만원으로 해외 펀드에 어떻게 분산 투자하면 좋을지 포트폴리오를 짜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선진국 대(對) 신흥국 투자 비율을 8대2로 하라'는 공통적인 답이 나왔다. 과거 해외 펀드 광풍 때 중국 등 브릭스 지역 펀드에 대부분의 투자금을 몰아넣은 것과는 딴판이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대한 투자 비중도 미국·유럽·일본 등 국가별로 쏠림 없이 배분하고, 단순히 선진국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펀드보다는 선진국 대형 우량주, 고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AB(얼라이언스번스틴)가 운용하는 'AB미국그로스' 펀드는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 애플, 페이스북 등 대표 IT 기업과 미국 3대 생명공학업체인 바이오젠 등에 투자해 최근 2년간 약 14%의 수익을 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유럽' 펀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대형 제약사와 패션·IT 기업 등에 투자해 같은 기간에 13%가량 수익을 올렸다. NH투자증권 자산배분전략위원회는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급락, 중국 경기 둔화 등 각종 악재가 맞물리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다"며 "2분기 이후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변동성 파고가 높아 중국 등 신흥국 투자 비중은 낮추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내년 말까지 '투자 시점'도 분산하라

투자처뿐만 아니라 '시간'도 분산해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이관순 팀장은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시장 충격을 덜 받아 자산을 불리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내년 말까지는 3000만원 범위 안에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고 새로운 펀드를 추가로 담을 수도 있지만 2018년부터는 안 된다.

이때부터는 갖고 있는 기존 펀드에 추가 불입만 가능하다. 따라서 2017년 말에는 수년간 장기적으로 갖고 갈 펀드를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국내 공모펀드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 지역별 대표 펀드 8개를 뽑아 한 달에 한 번씩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글로벌 솔루션 펀드’를 해외펀드 비과세 전용 신상품으로 내놓는다. 장기적으로 어떤 나라 주식시장이 좋을지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아서 여러 펀드를 골라 담아주는 상품이다.

한편 자산가들은 해외 펀드 비과세 제도를 증여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 가입 대상이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로 제한돼 있고, 1인당 1계좌만 만들 수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달리, 해외 펀드는 소득이 없는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한도(10년간 배우자 6억원, 성인 자녀 5000만원, 미성년 자녀 2000만원)까지 증여한 뒤 배우자나 자녀 이름으로 가입해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