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은 2011년에는 3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6조원대의 연 매출을 내는 재계 순위 31위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의 부도(2012년)를 시작으로 2012~13년 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웅진그룹은 1년 4개월간 법정 관리를 받았고 계열사 20여개를 정리했다. 웅진홀딩스는 2014년 2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으나 현재 계열사는 지주회사격인 ㈜웅진(옛 웅진홀딩스)과 웅진싱크빅·웅진에너지 등 14개만 남았다. ㈜웅진은 서울 종로의 한 건물 3개 층을 임대해 쓰고 있다. 윤석금(71·사진) 회장은 부실 계열사에 우량 계열사 자금 1500억원을 지원한 혐의(배임)로 재판을 받아 작년 말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그러나 최근 웅진그룹이 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 2년여 만에 남아 있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 렌털에서 '콘텐츠 렌털'로

먼저 출판사인 웅진씽크빅의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인 '북클럽'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클럽은 월회비 4만~11만9000원을 내면 웅진이 제공한 태블릿PC(갤럭시탭)에서 최대 7500개의 교육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윤 회장은 1970년대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방문판매원으로 시작해 사업을 일으켰다.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세우고 정수기로 판매 영역을 넓혔고 1998년엔 매월 소액의 회비만 내면 필터 관리까지 해주는 렌털(대여) 방식을 도입해 정수기 시장 1위를 다졌다.

그런 윤 회장이 이번엔 렌털 방식을 '전자 콘텐츠'에 대입한 것이다. 북클럽은 매일 새 내용으로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이끄는 방식인데 출시 1년 반 만에 회원 23만명을 모았다. 그 결과 웅진씽크빅의 영업이익은 2013년 129억원에서 지난해엔 233억원으로 뛰었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렌털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 외에 추가 비용이 별로 들지 않아 회원이 많아질수록 이익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 파주 사옥

IT 사업을 하는 ㈜웅진도 소프트웨어 렌털 개념을 도입한 신사업을 시작했다. ㈜웅진은 기업들의 관리시스템(전사적자원관리·ERP)을 설치·구축해주는 사업을 해왔는데 이 시스템을 '클라우드 서버(공유 서버)'를 통해 대여하는 서비스를 지난달 새로 내놓았다.

'클라우드 원팩'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시스템 구축 기간(5개월)과 비용(3억~5억원)을 생략한 채 월회비(400만~500만원)로 이용할 수 있어 25%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웅진은 2013년 흑자 전환 후 매년 150억~16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도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처음 흑자 전환했다. 이달 5일에는 중국 태양광업체인 롱지실리콘에 연간 3000t의 납품 계약을 체결해 중국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김현호 웅진에너지 팀장은 "중국에서 연간 1200억원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석금 회장, '확장'에서 '내실 다지기'로

윤석금 회장은 법정관리 기간은 물론 재판을 받는 기간에도 회사로 출근했다. 지금도 종로 본사와 파주의 웅진씽크빅 사옥을 오가며 사업을 지휘한다. 윤 회장의 장남 윤형덕(39) 상무보는 웅진씽크빅 신사업추진실장을, 차남 윤새봄(37) 상무보는 ㈜웅진의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두 아들은 ㈜웅진 주식을 12.51%, 12.48%, 웅진씽크빅 주식을 2.79%씩 등 비슷하게 갖고 회생을 위해 뛰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사실상 해체될 당시 그룹 전체가 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량 계열사들까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윤 회장이 남은 우량 계열사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